개인 취향에 맞게 술과 음료·시럽·과일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믹솔로지’ 트렌드가 젊은이들 사이 음주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개인 입맛에 맞춰 제조하고 다양한 레시피를 경험할 수 있어 남녀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되는 수많은 칵테일과 하이볼 레시피도 믹솔로지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류업계는 믹솔로지 트렌드에 맞춰 이색 조합 주류 제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팝업 공간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믹솔로지 제품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프리미엄 위스키 브랜드 ‘잭 다니엘스’가 지난 6월부터 스타필드 수원점에서 ‘잭 다니엘스 하이볼&칵테일 바’를 열고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선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팝업 바(Bar) 형태로 구현된 이 공간에서는 잭 다니엘스 제품으로 만든 대표 칵테일과 스페셜 칵테일 메뉴, 칵테일 슬러시를 맛볼 수 있습니다. 믹솔로지 기법을 직접 배우고픈 고객들을 위해 ‘위스키 하이볼&푸드 페어링 클래스’를 운영하는 점도 눈에 띕니다. 회사 관계자는 “전문 바텐더와 함께 올바른 위스키 음용법과 나만의 시그니처 칵테일 및 하이볼 제조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믹솔로지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건 하이볼입니다. 도수가 높지 않은 데다 다양한 맛의 조합을 경험할 수 있어서입니다. 최근 롯데멤버스가 진행한 주류 소비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인기 많은 주류로 증류주에 탄산음료를 섞은 하이볼(25.6%)이 꼽혔습니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전통주 커뮤니티 ‘백술닷컴’이 발표한 ‘2024 상반기 주류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하이볼 제품 등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370%나 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편의점에서의 하이볼 매출 증가폭도 눈에 띕니다. CU에서 올해 1~7월 즉석간편(RTD) 하이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4.3%나 뛰었습니다. 상반기 주류 카테고리 중 하이볼을 포함한 기타 주류의 매출 비중은 11.2%를 차지했는데요, 생레몬 하이볼 출시 전에는 3.7%였으나 생레몬 하이볼 출시 후 6월 말 기준 11.2%로 급등했다는 설명입니다. 이 기간 연령대별 매출 비중은 20대(42.6%)와 30대(30.2%)가 각각 1·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믹솔로지 열풍을 반영한 다양한 신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CU는 생레몬 하이볼 인기에 힘입어 얼음컵에 레몬 조각을 추가한 ‘빅볼 레몬 얼음컵’을 지난달 31일 출시했습니다. CU가 2020년 선보인 빅볼 얼음컵은 230mL 용량 컵에 지름 7cm 구 모양의 큼직한 얼음이 들어있어 위스키 등의 주류와 간편하게 즐기기 좋은 상품으로 입소문 났습니다. CU에 따르면 올해 1~6월 빅볼 얼음컵 매출은 전년 대비 64.6% 늘어났습니다.
이 상품은 각종 주류와 동반 구매하는 비율이 86.7%에 달할 정도로 술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주현 BGF리테일 주류팀 MD는 “다양한 맛과 향의 상품이 출시되며 고객이 직접 취향에 맞는 술을 직접 만들어 먹는 믹솔로지가 주류업계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단순히 새로운 맛을 구현하는 걸 넘어 직접 만든 술을 주변과 공유하는 등의 재미까지 더할 수 있어 믹솔로지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올해 1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하이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배 늘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하이볼 인기와 더불어 믹솔로지 트렌드에 따라 지난 1일 실제 과일 원물이 들어간 RTD 캔 과일 하이볼 2종(자몽·레몬)을 출시했습니다. 이중 ‘하이볼에빠진자몽’의 경우 국내 최초로 실제 자몽 슬라이스가 들어간 하이볼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해 알코올이 함유된 메뉴를 판매하는 카페도 생겨났습니다. 카페 프랜차이즈 감성커피는 지난 6월 여름 신메뉴로 하이트진로음료의 ‘진로토닉 얼그레이 슬러시’와 콜라보레이션(협업)해 ‘진로토닉 얼그레이 슬러시’를 내놨습니다. 이 제품은 얼그레이 슬러시에 진로토닉 얼그레이 홍차를 더한 음료로 무알코올 위스키 샷을 조합해 시원한 논알콜 하이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감성커피에 따르면 이 음료는 출시 후에 한 달간 2만잔 이상 판매됐습니다. 특히 6월29~30일 이틀간 열린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 현장에서 1만잔이 팔려나가며 20·30세대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회사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른 대세 주류 ‘하이볼’과 믹솔로지 트렌드가 맞물리며 알코올 없는 시원한 하이볼 슬러시 카페를 즐길 수 있는 ‘낮술 성지’로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으로 업계에서 믹솔로지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젊은 소비자 확보에 나서는 경향은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정민 한국브라운포맨 마케팅 상무는 “믹솔로지 문화는 다양한 레시피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음주 생활을 찾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 트렌드”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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