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미국 흑인 무슬림 단체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하기로 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흑인무슬림리더십협의회기금(BMLCF) 설립자인 살리마 서스웰은 지난 1일(현지시간)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흑인 무슬림 단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에는 중립 선언을 하거나, 일부는 낙선 운동을 벌이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게 되자, 흑인 무슬림 단체 가운데 처음 BMLCF가 지지를 발표한 것이다.
서스웰은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더 많이 공감하는 면모를 보여준 점이 지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간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 지지 원칙을 견지하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을 언급하면서 "비극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스웰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아 온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스웰은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일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고, 무슬림 여행 금지도 도입하겠다고 했다"며 "매우, 정말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5년 공화당 경선 후보 시절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후 당선된 2017년 1월에는 실제로 여러 무슬림 국가의 시민들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도 선명하고 강력하게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전력이 남아있어,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지원에 등을 돌린 무슬림 유권자 표심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인종주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그는 지난달 31일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 참석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그녀는 항상 인도계 혈통이라고만 홍보했는데, 이제 그녀는 흑인으로 알려지길 원하고 있다"며 "그녀는 항상 인도계였다가 갑자기 흑인으로 돌아섰다"고 발언했다가 여러 비판에 직면했다.
이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카 프레드 트럼프 3세는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족들에게 흑인을 비하하는 'N단어(n-word)'를 사용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N단어는 흑인을 비하하는 니그로(negro)나 니거(nigger)를 완곡하게 말하는 표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완전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6일 해리스 부통령이 약진한 여론조사를 보도하면서, 비(非)백인 투표자들의 결집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 WSJ은 "비(非)백인 투표자들이 인종적·민족적으로 다양한 출신들이 모여 있는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전한 경합주에서 해리스를 도울 수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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