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주가 부양 수단인 액면분할의 효력이 떨어지고 있다. 분할 발표 당일에도 주가가 10% 넘게 떨어지는 경우까지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 상장사의 액면분할은 기대치를 낮추라고 권고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주식분할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총 18개로 나타났다. 이 중 신주 상장이 완료된 곳은 12개, 절차가 연내 완료될 곳은 6개다.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에서 2차전지 업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포문을 연 뒤, 에이피알 BYC 아세아제지 등 다양한 업권에서 액면분할이 결정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에코프로 인카금융서비스 동화기업 등이 절차를 밟았다.
액면분할은 기존 주식의 액면가격을 일정 비율로 쪼개는 행위다. 예를 들어 1대5의 분할을 결정했다면, 1주당 액면금액은 500원에서 100원으로 줄어든다. 낮아진 가격에 따라 주식 수는 늘어난다. 주당 가격 감소와 유통 주식 수 증가는 거래 활성화를 일으켜 호재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 액면분할이 주주환원책의 일종으로 받아들였던 이유다.
하지만 올들어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들 주가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분할 신주 상장이 끝난 12개 기업 중 주가가 오른 기업은 전무하다. 평균 하락폭은 ?23.99%를 기록했다. 실적 악화 탓이 크다. 대표적으로 2차전지 업체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분할 공시일 기준 신주 상장을 위한 거래 정지 직전까지 125.58% 폭등했지만, 이후 51.1% 꺾이며 주가가 원상 복귀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화장품·미용기기 업체 에이피알은 지난달 31일 실적발표와 함께 액면분할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주가가 12.26% 떨어지기도 했다.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여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 실적 중요도를 10이고 놓고 보면, 최근 액면분할의 주가 영향력은 1정도”라며 “실적이 부실하다면 분할 자체가 ‘단타 싸움’의 이벤트가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