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교사 "경제원론, 생활 속에서 바라보면 어렵지 않아요"

입력 2024-08-02 17:27   수정 2024-08-03 00:47

“이제 뭉크의 ‘절규’ 그림을 경매로 팔아볼게요. 이 그림에 얼마까지 낼 수 있나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한 강의실. 교보문고 주최 여름방학 청소년 릴레이 특강에 나선 김나영 서울 양정중 교사(45·사진)는 참석한 70여 명의 청중과 가상의 경매 게임을 벌였다. 청중의 책상 위에 미리 놓인 쪽지에는 ‘그림을 구매했을 때 99만원어치의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만원 단위로 올라가기 시작한 호가는 어느덧 95만원에서 자연스럽게 멈췄다.

김 교사는 “낙찰받으신 분은 4만원의 이익을 얻었다”며 “실제 글로벌 경매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치열한 눈치싸움과 정보 전쟁이 벌어진다”고 소개했다. 영국 경매회사 소더비의 실제 경매 현장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김 교사는 또 인기 걸그룹 뉴진스 친필사인 음반을 팔았다. 10만원일 때 살 사람, 8만원일 때 살 사람을 손들게 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의 ‘수요 함수’ 그래프를 익혔다.

이날 행사는 김 교사가 올 2월 펴낸 책 <경제수학, 위기의 편의점을 살려라>가 8000부 넘게 팔려 청소년 인기 도서로 꼽히면서 열린 강의다. 그는 교육열이 치열한 곳으로 꼽히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21년째 사회 교사를 하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사회과 교육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경제교육 석사와 행동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방학 때 목동의 많은 학생이 학원을 도느라 아침 10시에 집을 나서 밤 10시 넘어서야 귀가해 저녁을 먹는다”며 “막간 쉬는 시간에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찾는 편의점이 학생들의 유일한 쉼터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수많은 제품과 진열된 가격들을 숨은 경제원리를 찾는 수업 교재로 활용한 것이다.

김 교사는 최근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예로 들며 “남녀 3 대 3 상황에서 이성에게 사랑의 화살을 쏠 때 모두가 화살을 골고루 한 개씩 받는다면 이것은 ‘일대일 함수’”라고 설명했다. 또 ‘14만원’이나 하는데도 없어서 못 먹는 고든램지 버거, 점점 더 세분되는 비행기 좌석 등급 같은 화두를 끊임없이 던졌다. 수학 미분 개념이 접목된 한계효용체감, 가격차별 같은 이론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김 교사는 이런 식의 수업을 2009년부터 시작한 양정중 교내 동아리 ‘실험경제반’에서 15년째 하고 있다. 모의 창업을 통한 사업계획서 제출, 경영전략 수립 같은 게임이 이뤄진다. 한국경제신문 중고생 경제·논술신문 ‘생글생글’에도 실험경제반 교육 사례를 여러 차례 연재했다.

김 교사는 “실험경제반 출신 학생들이 졸업해 경제 관료가 되거나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 직원이 된 경우도 있다”며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애쓰거나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제자들을 볼 때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박종필/사진=임형택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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