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이번에 1998년 우고 차베스의 대통령 당선 이후 여섯 번째 대선 투표소로 향했다. 그동안 베네수엘라는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사독재 국가로 전락했다. 평화적으로 자유를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투표에 나선 것이다. 투표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출구조사에선 민주야권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큰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다른 생각을 가졌다. 마두로가 통제하는 국가선거관리위원회의 야당 위원들은 군부에 의해 선관위 본부 출입이 금지됐다.
빈곤층 지지 업고 부상한 야권
전통적 야당은 베네수엘라 독재 정권에 의해 대부분 파괴됐다. 이후 10개 정당, 시민사회단체, 기타 정권 반대세력이 모여 민주연합을 결성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부상했고, 독재정권도 그를 두려워한다. 그는 ‘차비스모’가 초래한 빈곤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빈곤층에 다가갔다. 이전 야당 후보들은 상류층 대변자로 분류됐다. 지난 1월 마두로가 통제하는 대법원은 그의 후보 등록을 금지했다. 4월 곤살레스가 그를 대신해 후보 등록을 하면서 마차도는 함께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3개월 이상 전국을 횡단하며, 군중을 끌어모았다. 개표가 정직하게 이뤄졌다면 마두로 대통령의 패배에 누구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차베스가 사망한 2013년 마두로가 집권한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급격히 침체됐다. 10년간 심각한 식량·휘발유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병원 시스템은 실패했고, 시민 자유는 사라진 지 오래다. 2013년 이후 볼리바르화 가치는 달러 대비 99% 이상 하락했고, 베네수엘라 국민은 50개월 연속 초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인구의 약 25%가 이민을 떠나 가족이 해체됐다는 점이다. 마차도는 인터뷰에서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한 가지 요소가 있는데, 바로 아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싶은 열망”이라며 “이는 국민들에게 배고픔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거리로 내몬 독재정권
마두로 대통령은 투표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거에 동의했다. 더 이상 독립적인 뉴스 매체가 없기 때문에 독재 정권 이야기는 TV에서만 들을 수 있다. 매일 쏟아지는 마두로 선전은 일자리와 식량 배급이 정권에 달려 있다고 퍼뜨렸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조차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선거 기간 제복을 입은 군사요원들을 동원해 야당 집회를 방해하고, 지지자를 자의적으로 처벌했다. 베네수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주한 770만 명의 국민 중 약 절반이 유권자로 등록돼 있다. 이에 따라 정권은 해외 투표를 어렵게 만들었고, 7만여 명만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 투표기는 투표 후 확인서를 생성한다. 이 투표용지는 양측 참관인이 개표한다. 하지만 현 정권이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이는 국민을 거리로 내몰았다. 다른 국가들도 마두로 대통령에게 국가 폭력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 이유 중 하나다.
원제 ‘Venezuelans Send a Message to Madu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