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마운자로의 한국 출시는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해 6월 당뇨약으로 먼저 국내 허가를 받은 마운자로가 1년 넘게 출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환자들의 기대감은 낙담으로 바뀌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판매 중인 약인데 왜 한국에선 나오지 않냐는 불만이 쏟아진다.
지금까지 마운자로가 출시된 국가는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다. 아시아는 일본이 유일하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흔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유럽 시장을 ‘1군’, 아시아 시장을 ‘2군’으로 분류한다. 출시 전략도 통상 이런 분류에 따른다. 마운자로도 마찬가지다.
마운자로 국내 출시 일정이 불투명한 배경에는 우선 생산 문제가 있다. 수요 폭증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 일라이릴리가 출시 국가를 빠르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 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출시가 늦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 시장 규모는 1~2%에 불과하다.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약가 이슈’가 얹어진다. 우리나라는 약가가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사보험이 발달한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공보험인 건강보험 단일체제여서 국내외 제약사들이 건보와의 약가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글로벌 제약사는 한국에서 낮은 가격에 약을 먼저 출시할 경우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 약가를 낮게 쳐주는 한국을 후순위로 미룬다. 미국제약협회(PhRMA)가 신약이 1년 안에 출시되는 비율을 집계한 결과, 한국은 5%에 불과했다. 미국이 78%, 독일 44%, 일본 32%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약가가 낮으면 정부는 물론 환자에게도 이익이다. 하지만 신약이 늦게 출시돼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실제로 바이오젠·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처방을 받으려는 한국 환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2군의 설움을 떨쳐낼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약 등 혁신의약품 개발에 하루라도 빨리 성공하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입맛에 한국 소비자들의 건강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환자들이 제때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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