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스페셜티·특수 소재)이다. 중국발(發) 공급과잉에 범용 석유화학 회사가 휘청이는 사이 국내 스페셜티 강자들은 잇달아 깜짝 실적을 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2분기 매출이 1조8525억원, 영업이익이 119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것으로 시장 전망치(923억원)보다 29.1% 많다. ‘어닝 서프라이즈’의 일등 공신은 타이어용 합성고무다. 타이어 등 전방산업이 성장하는 데다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을 구축해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무원료 배합 기술 등이 중요한 합성고무 시장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한국 기업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안전이 중요한 자동차산업에서 중국산 합성고무를 찾는 타이어 회사나 자동차 회사는 거의 없다”며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기술은 중국과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태양광 필름 등에 쓰이는 POE 소재 분야 강자인 DL케미칼도 스페셜티 제품으로 재미를 봤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 9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1년 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DL케미칼은 POE가 향후 태양광 필름의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수년간의 기술 개발 끝에 작년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고무와 플라스틱 성질을 함께 지닌 POE는 기존 태양광 필름보다 충격에 강하고 오래가는 제품이다.
롯데그룹의 스페셜티 회사인 롯데정밀화학 역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셀룰로스’다. 이를 생산하는 그린소재 부문 2분기 매출은 1402억원을 기록했다. 매 분기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셀룰로스는 종이의 원료로 쓰이지만 이를 잘 가공하면 의약용 캡슐, 식품용 첨가제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과 캡슐, 알약 등의 첨가제로 인체 내에 약효가 잘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여서 중국의 물량 공세도 통하지 않는다.
탄소섬유의 글로벌 강자인 효성첨단소재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5.4% 늘어난 6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훨씬 가벼운데도 강도는 열 배나 세 항공기 외관 구조물, 수소탱크 등 수요처가 늘고 있는 제품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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