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양옆에 늘어선 신반포2차(1978년 준공)와 래미안원베일리(2023년). 반포동·잠원동 한강 변을 상징하는 두 단지는 1년 새 시세가 공급면적 112㎡ 기준 10억원까지 벌어졌다. 둘 다 3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단지지만 래미안원베일리는 1년 새 10억원 상승해 50억원에 육박했다. 신반포2차는 같은 기간 2억원 올라 최근 38억원에 거래됐다.
똑같은 지역이라도 새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 간 시세 차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권과 목동·여의도·용산 등을 제외하면 신고가가 연일 경신되는 새 아파트보다 상승 흐름이 더디다. 공사비 급등으로 분담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희소성 부각으로 더욱 주목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재건축 단지보다 서울과 붙어 있는 경기도 새 아파트의 시세 상승이 더 가파른 현상도 관측된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시세 회복이 더딘 노원구에서도 새 아파트는 오르고 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마들역 인근에 있는 상계동 포레나노원(2020년 준공)은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4일 12억원에 거래돼 1년 만에 1억500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상계주공9단지 전용 79㎡는 7억5000만원에서 7억2000만원으로 내리면서 대조를 이뤘다.
최근 집값 상승이 가파른 성동구는 2010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와 1990년대 아파트의 시세 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지하철 3호선 금호역 인근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2016년 준공) 전용 84㎡가 같은 기간 15억7000만원에서 19억원으로 뛰었다. 반면 동호로 건너편에 있는 금호두산(1994년) 전용 84㎡는 지난달 13일 10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고작 1000만원 올랐다.
새 아파트 강세는 최근 나타난 흐름이다. 부동산 상승기였던 2021년엔 준공 5년 이하 아파트는 20년 초과 아파트보다 오름 폭이 작았다. 오히려 5~10년 차 아파트와 함께 상승 속도가 더딘 편에 속했다. 당시엔 공사비 급등 이슈가 없었던 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신속통합기획을 발표해 재건축 단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재건축 분담금 없이 이른 시일 안에 새 아파트에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매수세가 재건축 단지에 집중됐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이 대폭 오르고 신속통합기획 추진 과정에서 기부채납 등 이슈가 불거지며 재건축 단지 인기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부가 약속했던 재건축 규제 완화가 차질을 빚자 구축 단지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있다"며 "재개발 구역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묶이면서 빌라 매수 수요마저 신축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단지는 이런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자가 많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매년 물가 상승률을 3%로만 가정해도 10년 뒤 착공할 때가 되면 공사비가 30%는 더 붙는다”며 “목동·여의도 등 사업성이 높고 주변에 새 아파트가 없는 곳을 제외하면 재건축 단지는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에도 가격 상승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와 금천구 남서울럭키 등은 추정 분담금 규모가 커져 재건축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노원구·도봉구·강북구나 금천구·관악구·구로구 등에 있는 재건축 단지 시세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이유다. 김제경 투미경제연구소 대표는 “하나의 생활권에서 대체재가 될 만한 새 아파트 단지가 있으면 재건축 단지는 동일 면적 기준 5억~6억원의 차이가 날 때까지는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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