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인(21)은 2024 파리올림픽 한국 사격 세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된 뒤 이렇게 말했다. 세계랭킹 2위인 그는 3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금메달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고 밝혔다.
양지인은 이날 결선 초반부터 1위로 치고 나갔으나, 경기 막판 홈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은 카미유 제드르제브스키(프랑스)의 맹추격으로 동점을 허용한 채 10시리즈 사격을 마쳤다. 슛오프 끝에 4-1로 승리한 양지인은 “슛오프 가서 엄청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열심히 훈련했으니까 그게 헛되지 않도록 했다”고 돌아봤다.
양지인이 처음 사격을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남원하늘중 재학 시절 수행평가로 사격을 경험한 후 중학교 코치의 권유로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18년에는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공기권총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보였다. “쏠 때마다 ‘탕탕’하는 소리가 주는 쾌감을 느꼈다”는 양지인은 서울체고 재학 중 25m 권총으로 주 종목을 바꿨다. 권총은 10m 종목까지 공기권총을 사용하고, 25m는 화약총을 쏜다.
주 종목 변경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후 태극마크까지 달게 된 양지인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고, 이번 대회에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양지인은 “너무 긴장해 경기장 나오는 데 속이 안 좋았다”며 “심장이 너무 떨려 ‘이게 올림픽이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리에 태극기를 올려 정말 기쁘다”며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됐는데, 태극기가 올라가니까 싹 씻겨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양지인의 금메달로 한국 사격은 여자 공기권총 금메달 오예진(19), 여자 공기소총 금메달 반효진(16), 여자 공기권총 은메달 김예지(32), 공기소총 혼성 은메달 박하준-금지현(이상 24)에 이어 이번 대회 다섯 번째 메달(금 3·은 2)을 획득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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