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탄핵의 일상화, 갈등의 극단화

입력 2024-08-04 17:04   수정 2024-08-05 00:20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탄핵’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동관·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안동완·손준성·이정섭·이희동·임홍석·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최근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소추안도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법은 대통령,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 수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엔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재는 탄핵 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를 ‘당해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로 좁게 해석한다.

실제로 헌재는 당해 공직자(피청구인)가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그런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해당 위반 행위가 당해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는 이유로 탄핵 심판 청구를 대부분 기각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탄핵 심판은 징계나 감찰, 형사처벌 등 다른 수단과 절차로는 책임을 추궁할 수 없는 경우에 최종적·보충적으로 인정되는 제도로 해석하고 있다. 헌정 사상 유일하게 탄핵 심판 청구가 인용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여러 탄핵 소추 사유 중 사인의 국정 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만이 인정됐다. 그만큼 탄핵 심판 청구는 인용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방통위원장과 여러 검사에 대해 탄핵 소추를 발의하거나 의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탄핵 소추 사유로 삼고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방송을 둘러싼 정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이재명 전 대표와 관련된 수사에 관여했기 때문에 탄핵 소추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탄핵의 보충성과 최후수단성에 반하는 위헌적인 처사다. 이런 식이라면 이 전 대표가 기소돼 재판받고 있는 사건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해당 법관 역시 탄핵을 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최후의 수단인 탄핵이 최근 2년여 사이에 급증했다는 사실은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이유가 탄핵을 남발해 정쟁을 유발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닐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갈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 갈등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더욱 극단적인 대립을 야기할 뿐이다. 이제라도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 화합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최후의 수단이 반복적인 일상이 돼서는 안 된다. 탄핵이 일상이 되면 대한민국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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