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 가속기 결함…삼성전자 반사이익 누릴까

입력 2024-08-04 17:17   수정 2024-08-05 00:53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시리즈 중 최고급 제품인 ‘GB200’의 납품 일정을 3개월 이상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GB200 시제품에서 ‘설계 결함’이 발견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수십조~100조원 규모 GB200을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아 AI 서비스를 고도화하려고 한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의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 산업계에선 AI 가속기 설계와 생산 시장에서 각각 9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와 TSMC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AI산업이 흔들리는 ‘독점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발 AI 대란?
블룸버그통신과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3일(현지시간) MS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최근 고객사에 AI 가속기 블랙웰의 ‘설계 결함’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블랙웰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대만 컴퓨텍스 2024에서 직접 공개한 차세대 AI 가속기다. AI 가속기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반도체패키지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붙여 만든다. 디인포메이션은 “블랙웰 AI 가속기의 납품이 석 달 이상 지연돼 2025년 1분기나 돼야 고객사에 인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웰 시리즈는 GPU에 192기가바이트(GB) 용량의 5세대 HBM인 ‘HBM3E’ 8개를 패키징한 ‘B100’, ‘B200’과 B200 2개에 중앙처리장치(CPU)까지 붙인 ‘GB200’으로 구성된다. 문제가 발생한 제품은 최상위 모델인 GB200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웰은 출시 때부터 고객사의 큰 관심을 받았다. 엔비디아가 “전작 대비 성능이 최대 30배 뛰어나고, 같은 성능을 구현할 때 소비전력은 25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한 영향이 컸다.

엔비디아가 가격을 전작 H100보다 30% 이상 비싼 4만달러(약 54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음에도 MS, 구글 등 고객사는 각각 수십조~100조원 규모로 GB200 주문을 냈다. 엔비디아가 최근 블랙웰 생산을 맡은 TSMC에 25% 증산을 요구했을 정도다. 엔비디아는 납품 차질 보도에 대해 “올 하반기에 AI 가속기 생산이 늘 것이다. 루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TSMC ‘독점’ 우려도 높아져
반도체업계에선 AI 가속기 설계·생산 시장의 ‘독점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지난해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은 97.2%다. 엔비디아의 주문을 받아 블랙웰을 제조하는 TSMC의 AI 가속기 관련 파운드리 점유율도 95%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번 블랙웰 결함처럼 엔비디아나 TSMC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 AI산업이 타격을 받는 구조다. 최근 엔비디아, TSMC가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고객사에 ‘경쟁사와 거래 금지’ 등을 요구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들이 ‘엔비디아·TSMC 대체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움직임도 포착된다. 최근 MS, 구글이 AI 가속기 2위 업체 AMD에 직원을 파견해 함께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MS는 최근 AMD의 AI 가속기 ‘MI300X’ 구매도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AMD에 4세대 HBM인 HBM3를 납품 중이며, HBM3E 공급도 사실상 확정됐다. 최근엔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파운드리·최첨단 패키징 ‘턴키 서비스’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AI 반도체 공급망이 집중된 건 상당한 리스크”라며 “삼성과 AMD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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