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에 대안으로 올라온 법안을 보면 독소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2조 2호)로 확대해 하청·협력업체 노조들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한 것부터 그렇다. 수백, 수천 개의 협력·재하청 업체를 둔 자동차·조선업체 등 대기업은 1년 내내 파업에 대응해야 할 판이다. 도급제 유명무실로 인한 인력 운용의 비효율성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질적·구체적’이란 모호한 판단 기준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부를 우려가 크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규정을 삭제해 택배, 라이더, 굴착기 등 특수고용·플랫폼 근로자도 단체교섭 요구와 쟁의를 할 수 있게 했다. 다양한 노동 형태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근로자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는 노사 관계의 근본을 해칠 수 있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는 조항(3조 1항)은 특히 악법이다. 현재는 불법 쟁의로 손해가 났을 때 노조와 노조원에게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이젠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무력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파업 손배 청구 원인의 절반, 전체 손배 인용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장 점거로 인한 생산 중단은 더 잦아질 게 뻔하다. 노동쟁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넓혀(2조 5호) 구조조정, 인수합병, 신공정 도입, 조직 통폐합 등 경영상 조치도 노조의 파업 근거가 될 수 있다. 괜히 ‘파업조장법’ ‘파업만능법’으로 불리는 게 아니고,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경영계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다.
이 법으로 인해 기업들이 고용, 하청을 줄이거나 해외로 나간다면 그 피해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과 조직화하지 못한 노동 약자에게 돌아간다. 만연한 노사 분쟁은 경영 활동 위축과 외국 기업의 탈(脫) 코리아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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