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로 피해 입점 업체와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형 로펌도 피해자 형사고소, 손해배상 민사소송, 피해보상 자문에 앞다퉈 나서며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보상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집단소송’에 줄 서는 중소형 로펌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수의 중소형 로펌이 티몬·위메프 관련 집단소송 및 법률 자문에 뛰어들었다. 법무법인 린은 지난 2일 피해 소상공인 판매상의 채권 신고를 돕기 위해 ‘티메프 사태 채권자 피해 법률대응 센터’를 열었다. 이날 서울회생법원이 티몬과 위메프의 회생 개시를 몇 달간 유예하고, 회사와 채권자들이 채무조정, 외부자금 유치,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신청을 승인한 데 따른 조치다.센터장을 맡은 최효종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수만 명의 입점 소상공인 중 상당수가 부도 위기에 처했다”며 “이들에게 ARS, 회생 절차부터 정부 금융 지원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린이 접수한 피해 소상공인은 1000여 명으로, 개별 피해액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른다.
ARS를 통한 구조조정 마련에 실패하면 기업회생 절차로 넘어간다. 이 경우에도 피해자들은 회생 절차 개시에 앞서 미리 채권 신고를 해둬야 변제계획안에 포함되고, 신고된 채권에 이의가 제기돼도 조사확정재판을 통해 채권을 보전할 수 있다.
당초 피해자들은 정산받지 못한 돈을 법적으로 구제받기 위해 부당이득반환청구,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청구, 정산금 청구 등 민사소송을 집단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정의는 오는 9일까지 판매자대금정산소송, 소비자 환불 소송 참여자를 접수 중이다.
그러나 티몬·위메프의 회생 신청으로 민사소송의 실효성이 사라지면서 피해자들은 검찰과 경찰에 앞다퉈 두 기업의 모기업인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 등을 고소하며 형사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티메프 소비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심은 지난달 29일 구 대표 등에 대한 고소장을 강남경찰서에 제출했고 법무법인 대륜은 지난달 31일 입점 업체들을 대리해 구 대표 등 4명을 사기,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법무법인 사유도 피해 업체를 대리해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집단소송’ 아니라 ‘다수 당사자 소송’
이번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법 개정 필요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BMW 차량 화재, 홈플러스 고객정보 불법판매, 사모펀드 불완전·사기판매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하면서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집단소송법을 전 분야로 확대하는 법안 제정이 시도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증권집단소송법도 2005년 시행됐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20년째 집단소송 제기 건수는 12건에 불과하다.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판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집단소송제’는 증권 분야에만 법이 존재하고 있어 이번 티메프 사태의 경우 여러 명의 원고가 공동으로 소를 제기하는 ‘다수 당사자 소송’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곳곳에서 집단으로 진행 중인 아파트 하자 손해배상, 분양 계약 해지 소송도 다수 당사자 소송 형태다.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다수 당사자 소송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피고의 지급 능력이 있어야 실제 배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티메프 사태처럼 형사고발을 통한 강력한 처벌 요구가 주된 목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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