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조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 중 일부다. 4일 여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회 상황과 관련해 처리가 시급하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법안 14건을 꼽았다. 22대 국회가 첫 번째 본회의를 연 지 만 두 달을 맞았지만 민생 법안과 관련된 논의가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8월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야권의 ‘대여(對與) 공세용 청문회 개최’가 이어지며 국회 공전은 3개월째 계속될 전망이다.
법안 심의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상임위에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와 문화체육관광위도 있다. 산업기술 유출 관련 법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이 산자위 소관이다. 의무휴업일에도 대형마트가 온라인 배송은 할 수 있도록 해 경영난에 빠진 마트와 지역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법안이지만 논의되지 않고 있다. 문광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미표기에 따른 이용자들의 피해를 줄일 법안이 상정만 돼 있다.
법안 심의를 시작했더라도 민생법안은 뒷전이다. 행정안전위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처리를 위해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정부가 처리를 요구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 신축 시 취득세를 절반 감면해 관련 공급난을 해소하려는 법안이다. ‘방송4법’을 처리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선 ‘단말기 유통법 폐지’ 안건이 잠자고 있다. 신규 스마트폰에 대한 통신사의 보조금 지급 금지가 풀리며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도 찬성 의사를 밝힌 법안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산적한 민생 현안이 사장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우리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40%만 통과시켰다. 문재인 정부가 낸 법안 중 64%가 통과된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5일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민의힘은 지난주까지 처리된 ‘전 국민 25만원 지급법’ ‘방송4법’ 등 6개 법안을 묶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8월 말이나 9월 초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이뤄지며 여야 간 대립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에 대한 야권의 압박도 계속된다. 과방위는 오는 9일 ‘방송장악 청문회’, 법제사법위는 14일 ‘검사 탄핵 청문회’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18일 이후에는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의 처리 시도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경목/도병욱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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