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교금 땄다"는 의원들, 알고보면 '숟가락 얹기'

입력 2024-08-04 18:13   수정 2024-08-05 01:10

“OOO 의원, 특별교부금 O억원 확보 ‘쾌거’.”

지난주 여야 국회의원 수십 명이 앞다퉈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지역과 금액만 다를 뿐 ‘내가 나서서 지역구에 예산을 따냈다’는 골자는 대동소이하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국민의힘에선 △박덕흠 의원(85억원) △유상범 의원(72억원) △박형수 의원(64억원), 더불어민주당에선 △문금주 의원(59억원) △황명선 의원(54억원) △박수현 의원(53억원) 등이 50억원 넘는 특교금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명목은 다양하다. 문화센터 건립, 정원 조성 등 지역구 현안에 국비가 수억~수십억원씩 지원됐다는 것이다.

발표만 놓고 보면 의원들이 직접 힘을 써서 특교금을 확보한 것처럼 비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특교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계획을 세운 뒤 중앙 부처에 신청해서 받는 시스템이라 의원과 직접적인 협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담당자는 “지자체별로 재정 상황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뒤 사업을 심사해 배분한다”며 “이 과정에서 의원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교금을 받았다고 자랑한 의원 중 상당수는 초선으로 임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갓 넘었다. “지역구민에게 잘 보이겠다며 자신과 상관없는 일을 치적으로 홍보한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홍보 경쟁이 과열되며 급기야 같은 지역에서 서로 “내가 특교금을 확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용갑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말 동시에 보도자료를 내고 대전 중구에 특교금 8억원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이장은 국민의힘 대전시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둘 중 하나는 치적을 위해 주민을 속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홍보 경쟁’이 벌어지는 건 특교금 제도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2015년부터 지방재정365를 통해 지자체별로 특교금 지원 날짜와 사업명, 교부 규모 등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교부 과정은 여전히 ‘깜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특교금이 어떤 과정을 통해 교부됐는지 제3자가 따져볼 수 있어야 비정상적인 특교금 홍보가 사그라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교부금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지방교부금 중 일정 조건을 붙이거나 용도를 제한해 주는 돈이다. 재해가 있거나 지역 내 공공시설 보수가 필요한 상황 등 특별한 수요가 있을 때 행정안전부의 심사를 거쳐 교부된다. 지자체 살림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메워주는 자금으로 볼 수 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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