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X·구 트위터) 소유주 일론 머스크의 ‘극찬’을 받을 정도로 ‘인기 스타’가 된 사격 김예지(31·임실군청) 선수가 ‘0점 충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인 김예지는 앞서 지난달 28일 공기권총 10m 여자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주 종목인 25m 권총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고, 전 세계 외신들이 일제히 ‘김예지가 25m 권총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고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김예지는 지난 2일 열린 25m 권총 본선 속사 도중 한 발을 늦게 쏴 0점 처리되면서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김예지는 4일 공개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0점을 쏜 후 심정에 대해 “많은 기분이 공존했다”며 “0점을 쏘는 짧은 순간에 정말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황당했고, 어이없기도 하고 속상했다. (국민들에) 죄송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다만 “올림픽이 가장 큰 무대이고 중요한 시합이지만 내 인생에서 사격이 끝난 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사격을 할 거고 다음 올림픽 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지는 이번 올림픽으로 유명해질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고. 그저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예지는 그저 “나로 인해 사격이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아서 너무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일론 머스크를 4년 뒤 열릴 LA 올림픽에 초대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올림픽에 선발되자마자 (머스크에게) 초대장을 보낼 생각”이라며 “LA 올림픽에서 더 멋진 모습으로 더 깜짝 놀랄만한 사격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예지의 경기 모습은 마치 “액션 영화를 연상시킨다”는 평도 많았다. 이에 대해 그는 “실감이 잘 안 난다. 운동선수일 뿐인데 이 정도 인기를 누려도 될까 싶다”면서도 “(만약) 영화 캐스팅 제의가 온다면 내 운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보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런 김예지는 긍정 에너지를 가득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인생 가치관이나 철학을 묻는 말에 “사격 선수 김예지,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김예지로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며 “그 행복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행복이 될 수도, 불행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오늘 비가 온다고 쳤을 때 ‘어 나 오늘 비가 와서 너무 우울해’라고 말하면 우울한 하루가 되는 거지만, ‘비가 오네. 삼겹살 당겨’ 이렇게 생각하면 행복한 날이 되는 것과 같다”이라고 덧붙였다.
사격선수로서 앞으로의 각오도 내놨다. 김예지는 “(0점 같은) 실수를 했다는 건 노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한국에 돌아가면 더 큰 노력을 할 생각”이라며 “남들보다 조금 더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들이 10분할 거 30분 더 해보고 이런 식으로 3배 더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크고 작은 시합 상관없이 국민들과의 약속을 생각하면서 모든 시합에 임할 생각”이라며 “국내외 모든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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