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김모씨(37)는 결혼한 지 5년 된 신혼부부입니다. 결혼식을 올릴 때만 해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세대처럼 조그만 전셋집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평수를 넓혀 결국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게 소박한 목표였습니다.
현실은 녹록잖았습니다. 벌써 결혼 5년 차지만 처음 얻었던 투룸 전셋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을 사는 것은 둘째치고 전세사기를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김씨는 요즘 들어 쏟아지는 '로또 청약'만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최근 한 아파트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0억원이나 낮다는 데 그런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당첨되더라도 10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로또 청약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분상제는 주택 분양가를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1997년 처음 도입됐다가 1999년 분양가 전면 자율화로 잊히는 듯했지만 2005년 다시 시행됐습니다.
분상제가 다시 도입된 이유는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가가 점점 높아지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주택가격 급등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분상제가 도입됐습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인 셈입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내 집 마련의 수단 가운데 하나인 청약을 '로또화'하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예컨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는데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23억3000만원이었습니다. 인근에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가 최근 50억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2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이 기대된 셈입니다.
이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 이틀간 몰린 예비 청약자 수는 13만4047명에 달했습니다. 최소 9억원 이상의 여윳돈이 있어야 청약할 수 있었지만 10만명이 넘는 예비 청약자가 통장을 꺼낸 것입니다.
이번 청약은 무주택자만 가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집을 가지고 있는 1주택자 역시 청약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실수요만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 즉 재건축·재개발 대상 단지를 보유하고 있던 집주인들에게도 피해가 갔습니다. 조합원들은 분양을 통해 사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게 되는데 분상제가 적용되면서 '사유재산을 침해한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일부 단지에선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 분양자들의 분양가가 더 낮게 책정되는 경우도 있어 단지를 재건축·재개발할 때 진행했던 기부채납 등을 고려하면 조합원들의 이익이 일반분양자들에게 고스란히 흘러 들어간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이에 이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분양하기 위해 일부러 분양 일정을 미루는 방식을 선택하는데, 서울의 경우 대부분의 공급이 재건축·재개발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분상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 관리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입니다.
국토부는 최근 변화된 주택공급 여건을 고려한 제도 운용과 분양가 데이터베이스(DB) 관리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른 분양가를 비교하고 재건축·재개발·공공택지 등 사업유형별 분양가를 분석할 예정입니다. 분양가 구성 항목인 기본형 건축비와 택지비, 건축·택지 가산비의 적정성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이미 분양가 상한제는 최초 제도 도입 취지와는 상당히 멀어진 상황"이라면서 "분상제 주택이 적다 보니 '로또화'되는 것은 당연하고 주택 공급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분양업계 관계자는 "전면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분상제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살릴 것은 살리고 고칠 것은 고치면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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