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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개발 열풍과 함께 미국에서 전력 소비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부족’ 테마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변압기, 전선회사, 신재생 에너지 등 전력 인프라 확충과 관련된 기업들에 기록적인 자금이 유입됐다.
4일(현지시간)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5~6월 두 달간 미국 유틸리티 펀드에는 17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모여 지난 2년 사이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달에도 11억달러가 유틸리티 펀드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은 ‘유틸리티 셀렉트섹터 SPDR 펀드 ETF’(XLU)로 몰릴 전망이다. XLU는 미국 S&P500 구성 종목 중 유틸리티 업종으로 분류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넥스트에라에너지(보유 비중 14.15%), 서던 컴퍼니(8.23%), 듀크 에너지 코퍼레이션(7.6%) 등을 담고 있다.
유틸리티 종목은 불안정한 시기에 투자할만한 ‘안전자산’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강세장 속에서도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들어 S&P500 유틸리티 지수는 10.4% 올랐는데 지난해(-7.1%)와 2022년(1.6%)의 연간 주가 변동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XLU 역시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7.0%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AI 부문 육성을 위해 데이터센터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어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 따르면 전통적 구글 검색이 건당 0.3와트시(Wh)를 소모하는 반면 챗 GPT는 구글 검색의 10배인 2.9Wh를 소비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틸리티 주식은 AI 관련주인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과 같은 비싼 기술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십년간 정체됐던 전력 소비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틸리티의 매력도는 더욱 높아졌다. 연내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자금 조달 비용이 많이 드는 유틸리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분석 결과 지난 20년 동안 미국 연평균 전력 소비 증가율은 0.5% 이하에 불과했지만, 올해부터 2030년까지는 연평균 2.4%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IEA는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6년까지 1000 테라와트시를 초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2022년 수준의 두 배이며 독일의 전체 전력 수요와 맞먹는다. 트래비스 밀러 모닝스타 에너지 및 유틸리티 전략가는 “유틸리티 기업들이 향후 10년 동안 제시하는 전력 수요 수치는 지난 한 세대 동안 보지 못한 숫자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도 유틸리티 ETF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 처칠매니지먼트는 지난 2분기에 XLU에 6800만달러 이상 추가 투자했다. 랜디 코너 처칠매니지먼트 회장은 “유틸리티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의 미국 테마 및 액티브 ETF 담당자인 제이 제이콥스는 “투자자들이 빅테크 주식 이외의 부문에서 AI 기회를 찾고 있다”며 “연말까지 유틸리티 펀드에 대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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