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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전역에서 극우 폭력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주 영국에서 발생한 댄스 교실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거짓 정보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다.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혼란을 마주한 노동당 정부는 폭력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위는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며칠간 잉글랜드 전역과 북아일랜드로 확산한 반(反)이민 및 극우 시위로 인해 현재 약 150명이 체포됐다. 가면을 쓴 시위대는 반이민 구호를 외치며 난민을 수용하는 호텔과 이슬람 사원을 공격했고, 경찰에게 벽돌을 던지는 등 폭력 시위가 전개되고 있다. 경찰서,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불에 타거나 훼손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약 13년 만에 영국에서 일어난 역대 최악의 폭력 시위”라고 지적했다.
시위는 지난달 29일 잉글랜드 북서부 해변 마을 사우스포트에서 세 명의 어린아이가 칼부림 사건으로 사망한 뒤 일어났다. 용의자가 확인되기 전, 극우 세력들이 용의자는 최근에 영국에 도착해 망명을 신청한 무슬림이라는 허위 정보를 퍼뜨렸기 때문이다. 범인이 웨일스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라는 인물이라고 밝혀진 이후에도 폭력 시위 참가자들은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았다. 희생자를 기리는 평화 추모 집회 이후 시위는 격해졌고 3일에는 리버풀, 맨체스터, 브리스톨, 블랙풀, 헐,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등 여러 지역에서 과격 시위가 발생했다.
FT는 대규모 난민이 유입된 것에 따른 불만이 누적돼 극우 시위가 일었다고 분석했다. 난민에 대한 불만으로 극우 세력은 사우스포트 살인사건의 화살을 이민자들에 돌렸다는 설명이다. 리시 수낵 총리 집권기 동안 불법 이민이 급증했고 수낵 총리는 지난 3월 소형 보트를 타고 불법 입국하는 이민자를 추방한다는 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키어 스타머 총리가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자들의 분노를 샀다고 FT는 전했다. 일부 시위에서는 ‘보트를 멈춰라’라는 슬로건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반이슬람·반이민 단체인 영국 방어연맹의 설립자 토미 로빈슨이 런던에서 극우 집회를 개최한 뒤 일주일 만에 대규모 반이슬람 시위가 일어난 것을 지적하며 로빈슨의 집회가 극우주의자들을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틱톡, 엑스(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텔레그램을 통해 극우주의자들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폭력 시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건 시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난폭한 폭력행위”라며 “이번 소요 사태에 직접 가담했거나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조장한 뒤 내뺀 모든 사람을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밤에는 긴급 내각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도 X를 통해 “길거리의 법적 무질서와 폭력 행위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고에도 시위 열기는 진정되지 않아 추가 시위가 계획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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