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비 80만원? 공짜로 해줄게요"…쏟아진 미담에 '감동'

입력 2024-08-05 15:47   수정 2024-08-05 16:40


최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무료로 세차나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선한 사장님들의 미담이 알려져 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라국제도시에서 기계식 세차장을 운영하는 김영호(36·남)씨는 최근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해 이틀간 무료로 세차장을 열어주고 있다.

김영호씨는 한 피해 입주민으로부터 '다른 세차장에 맡기려고 했더니 화재 피해 차량이니 60~80만원을 달라고 하더라'는 말을 듣고 '세차 봉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손님에게 '다음 주에 세차를 무료로 해 줄 테니 아파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며 "그 글을 본 입주민들이 오늘 아침부터 많이 오셨다"고 했다.


김영호씨가 운영하는 세차장은 높은 수압으로 자동 세차를 하는 곳이다. 차 한 대당 세차비로 1만~1만5000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틀간 봉사를 결심하면서 이틀 매출 약 600만원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아파트 입주민뿐만 아니라, 화재 현장 근처에서 피해를 본 모든 차주에게 무료 세차를 제공한다.

김영호씨는 "처음에는 피해 아파트 스티커가 부착된 입주민 차량만 무료로 세차를 해 줄 생각이었는데 입주민이 아니더라도 상가 등지에 주차했다가 피해를 본 차주들도 오시라고 했다"며 "저도 피해 아파트 바로 앞에 사는 동네 주민이다. 이웃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청라국제도시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김도희(34·여)씨도 지난 4일 점심과 저녁 시간에 화재 피해를 본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무료로 따뜻한 국밥을 내어줬다. 화재 후 아파트에 수돗물이 끊겨 씻지도 못한 채 식사하러 온 일가족 손님을 보고 심각한 상황을 알게 됐다고.

김도희씨는 "수돗물까지 끊긴 줄은 몰랐다. 밤늦게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온 일가족 손님에게 '운동하고 오셨나 봐요'라고 철없이 말을 건넸다가 뒤늦게 들었다"며 "일요일은 가게 정기 휴무일이지만 직원 1명에 직장 다니는 친구 2명까지 불러 순댓국 300인분을 준비했다. 뭐라도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김도희씨의 선행으로 여러 대피소에서 지내는 입주민 180명은 따뜻한 국밥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한 피해 아파트 주민은 "여기저기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새삼 이웃의 정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며 "복구 작업이 끝나면 우리 주민들도 잊지 않고 보답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지하에 주차돼 있던 차량 40대가 불에 타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여명은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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