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올림픽 사라질 판"…전 세계 '역대급 추락' 포착됐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4-08-06 20:00   수정 2024-08-06 22:00


한때 올여름 더위만큼 뜨거웠던 올림픽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때아닌 한파를 겪고 있다. 국수주의 감소, 다매체 시대의 출연, 스타의 부재 등에 각종 정치적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종 지표서 포착되는 인기 추락
6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7월 올림픽(olympic)에 대한 전 세계 검색량은 24로, 하계 올림픽 기준 역대 최저치로 집계됐다. 해당 지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을 때를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낸다. 2008년 100→2012년 62→2016년 73→2021년 39 등으로 전체적인 추이는 내림세를 보인다. 통상 하계 올림픽이 동계 올림픽보다 훨씬 인기가 많은데, 최근 검색량은 과거 동계 올림픽과 견줄 정도로 저조한 모습이다.

그간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오는 지표는 끊임없이 나왔던 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티카(statistica)에 따르면 하계 올림픽 전 세계 시청자 수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30억명 정도로 약 10년 사이 15%가 증발했다. '스포츠광'이 몰린 미국에서도 최근 올림픽을 보겠다는 열렬 시청자가 3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갤럽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실제 NBC 스포츠의 시청자 조사에서도 올림픽을 거듭할수록 내리막길이 확인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은 매 올림픽 직전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 관심이 간다는 응답자 비율이 53%에 그쳤다. 이는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최저치다. 실제 이번 올림픽 개막전의 채너렬 시청률이 0~1%에 그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는 "이러다 올림픽 사라지겠다", "올림픽은 100년 안에 없어질 것" 등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수주의는↓ 개인주의는 ↑
앞서 외신들은 전세계적으로 '국수주의'(nationalism)가 떨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위선양 차원에서 '병역면제' 특혜나 연금 등을 향한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차원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대중들이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무게감이 지금보다 훨씬 컸으나 이제는 그런 의미가 퇴색되면서 국가대항전과 같은 문화 자체가 퇴조했다"며 "운동 선수들조차 자기 명예, 자아실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성이 더 커지다 보니 집단주의적 열망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든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선상에서 핵가족화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영향으로 TV 보급률은 떨어지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부상으로 '다매체' 시대가 된 영향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거실에 앉아 함께 경기를 보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한류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간 상황에서 올림픽 기대 효과가 떨어지고, 스포츠 콘텐츠 시장이 네이버에서 여러 OTT로 분산되는 등 미디어 시장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누군가 성과를 내주면 그게 마치 내가 일군 성과처럼 감정이입이 되는 경향성이 적어졌다. 게다가 한국인은 이미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문화 콘텐츠가 너무 많아졌다"라면서 "아울러 네이버가 그나마 로그인이 없이도 국가대항전을 보게 했을 시기는 접근성도 높고, 모두가 같은 플랫폼에서 응원 채팅을 하면서 경기를 시청한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져 응집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각종 정치적 논란에 광고주들도 점점

이번에 그나마 관심을 받은 종목은 양궁과 배드민턴 정도다. 김우진(청주시청)이 양궁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따낼 때 MBC 시청률은 18%를 넘겼다. 그러나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는 5% 정도에 그쳤다.

우사인 볼트, 마이클 펠프스 등 압도적인 기량을 가지면서 스타성을 가진 선수의 부재도 올림픽이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파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논란은 물론 각국 협회 내 정치적 논란도 올림픽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일례가 최근 'XY 염섹체 복서 논란'이다.

이러한 흐름은 올림픽을 사실상 가능케 하는 기업 광고 유치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기업 홍보 관계자는 "시청률도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데, 올림픽 이미지에 호불호가 극명해지면 기업 입장에서도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데 '서울 올림픽'을?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시가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전에 나서면서 적절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인기가 떨어지는 마당에 '적자'를 면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다. 실제 스위스 로잔대가 지난 2022년 펴낸 '올림픽과 월드컵의 구조적 적자' 논문에 따르면 1964~2018년 열린 올림픽·월드컵 43개의 개최 비용은 약 165조5000억원, 이익은 약 96조5000억원이었다. 총 적자가 69조원, 평균 적자가 1조600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은 듯 파리 올림픽처럼 기존 시설을 활용해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본연의 가치인 '탁월함', '우정', 존중'을 살릴 묘안이 서울에 충분히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관건은 문화적 콘텐츠를 충분히 살리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최근 국제적으로 전쟁이 많이 발발하는 가운데, 서울이 '전쟁과 분열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문화·경제적으로 전 세계를 잇는 모습을 부각하는 게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창의융합학부 교수는 "과거처럼 정부와 기업의 힘으로만 진행할 게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 수렴도 충분히 해 한국의 문화를 충분히 살리는 올림픽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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