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과 중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5일 이스라엘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악시오스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48시간 내 이란이 이스라엘에 공격을 시작할 수 있다고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에게 통보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대화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란과의 갈등을 중재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친미 국가로 분류되는 요르단은 이날 하이만 사다피 외무장관을 이란에 보내 긴장 완화를 촉구했으나, 지난달 초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향해 보복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유럽과 중동 내 협력국 정부에 확전 방지를 위한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란은 “전쟁을 촉발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은 일단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면서도 전체 균형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조너선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ABC방송에 “미국 국방부는 이스라엘을 공격으로부터 방어해야 할 또 다른 필요성에 의해 상당한 자산을 이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며 “미국이 외교적으로 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지역을 방어하고자 탄도미사일 방어 역량을 갖춘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을 이곳에 추가로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란의 보복 방식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시리아 정부군 등을 동원해 ‘대리전’을 치르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레바논 등에서 ‘예방적 행동이나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시오니즘 지도자 제프 자보틴스키 추모식에 참석해 “이스라엘이 이미 이란 악의 축에 맞서 다중 전쟁을 하고 있다”며 “우리를 겨냥한 어떤 공격이든 무거운 대가를 받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국은 전쟁터가 될 수 있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등에서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한국 외교부도 이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에게 빠른 출국을 강력히 권고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