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트럼프 2기에 예상되는 이민 규제, 보호무역, 해외 방위 부담 축소 등 대외정책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국가로 멕시코, 독일, 중국, 일본, 캐나다와 함께 한국을 꼽았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한국이 해리스의 추격 소식에 안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의 양당 정치가 트럼프 등장 이후 지난 10년간 기형 성장한 점을 되새겨보면 이번 대선 결과가 미국 정치 판도에 미칠 영향, 그리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어떤 이해득실을 가져올지 따져보는 것은 중요하다.
트럼프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 경제의 부상,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배경으로 떠오르며 공화당의 정책 성향을 보호무역, 반이민, 내셔널리즘 강화 등 노동자 계층을 겨냥한 정치 포퓰리즘으로 변질시켰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의 고립주의 선택은 결정적으로 글로벌 경제를 후퇴시켰고 민주당의 기존 보호주의 노선을 강화한 셈이 되고 말았다.
만일 트럼프의 재집권 시도가 2020년에 이어 또다시 실패하면 공화당 내 트럼프주의자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반트럼프 보수주의자들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기업 등 자유무역 지지자들과 함께 트럼프주의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이 갈등은 결국 당을 트럼프 이전의 원점인 자유무역과 동맹 강화 등 종전의 외교정책 노선으로 돌려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화당이 다시 대기업과의 관계 정립, 글로벌 경제와의 협력을 우선시한다면 미국의 양당 정치는 과거처럼 큰 정부(시장 개입) 대 작은 정부(시장경제), 보호무역 대 자유무역 대결 구도로 되돌아가 그간 약해진 미국 의회의 대외정책 영향력은 다시금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 정치권의 기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 의회와 지속적인 교감을 유지해야 한다. 공화당 내 국제주의자인 밋 롬니(유타주), 벤 새스(네브래스카주), 마코 루비오(플로리다주) 상원의원과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는 항상 트럼프와 거리를 둬 왔다. 또 이른바 ‘원칙 우선주의’(Principles First) 등 반트럼프 풀뿌리 보수단체들은 지난달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공화당 전국대회장 밖에서 “공화당이 트럼프주의를 극복하지 못해 포퓰리즘과 내셔널리즘에 계속 휘둘린다면 당의 미래가 없다”며 자유무역과 국제주의를 신봉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 원칙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했다.
현재 한국에 상대적으로 정책 안정성을 약속할 미국 행정부가 민주당 정부일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양당과의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한편 공화당 내 국제주의자와 트럼프주의자 간의 논쟁 가능성에 대비해 무역대국인 한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잃은 기회를 되찾을 모멘텀 활용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국가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발전에 최선인 미국 대선 시나리오는 민주당 승리에 이은 공화당의 정체성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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