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믿고 '티메프' 입점했다 발등 찍힌 소상공인

입력 2024-08-05 17:39   수정 2024-08-06 00:35

“정부가 지원해준다니까 위메프에 입점했죠. 돈 못 받을 곳이었으면 입점했겠어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4100만원의 정산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 중소 식품업체 대표의 얘기다. 그는 소비자에게 할인가에 물건을 팔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그 할인금액을 입점 업체에 보전해주는 사업에 지원했다. 그는 “15~20% 저렴한 가격이면 경쟁력 있겠다 싶어 입점했다”며 “티메프와 거래 내역은 없었지만 정부가 보증하는 플랫폼이니 믿고 들어갔다”고 했다.

하지만 중기부와 중기유통센터는 지원사업 대상자를 공모할 당시 플랫폼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기유통센터는 올해 1월 사업 대상 플랫폼을 선정하면서 ‘동일사업 수행실적’, ‘운영역량’ ,‘목표 달성계획’, ‘업체지원 지속성’ 등을 평가했다. 각 항목의 세부 내용에 재무건전성은 없었다. 정산대금을 제때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조차 안 한 채 상인들 손에 쿠폰을 쥐여줘 가며 입점시킨 것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의 발언도 뿔난 소상공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오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e커머스 업체들은 자본잠식 상황에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 챙겨 보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이 있다고 감사보고서에 나와 있는데 경영 상태를 평가 항목에 안 넣은 건 문제”라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물론 e커머스의 자본잠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오랜 관행이다. 쿠팡은 창립 14년 만인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G마켓, 컬리, 11번가는 지난해 각각 320억원, 1436억원,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규모를 키우는 게 우선인 플랫폼 사업의 특징이라며 모두가 본체만체해온 게 사실이다.

문제는 e커머스 전문가가 아닌 소상공인들이 플랫폼의 재무·경영 실적까지 알아보긴 어렵다는 점이다. 중기부와 중기유통센터는 소상공인들에게 티메프 입점을 지원해주면서 해당 플랫폼의 위험성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재 중기부와 중기유통센터가 파악한 건 5월 매출분 미정산 금액(46억원)과 피해 기업 수(23개)가 전부다. 6~7월 미정산 대금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어떻게 대처할지도 업체들에 별도로 공지한 내용이 없다. “입점을 지원할 때는 적극적이더니 피해를 입으니까 이렇게 나몰라라 해도 되느냐”는 상인들의 볼멘 목소리에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는 것이 소상공인 정책을 총괄하는 중기부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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