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섰는지를 두고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는 5일 “미국 경제의 나홀로 호황이 끝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며 “실업률 등 불황으로 가는 지표가 나왔는데, 미국 중앙은행(Fed)이 미리 반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증시가 급락한 것은 Fed의 금리 대응이 늦은 것에 금융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미국 경제를 침체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은 연율 기준 2분기 경제성장률이 2.8%를 기록하며 깜짝 성장하는 등 실물 지표 자체를 보면 침체가 시작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미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금융 시장이 민감하게 미국 경기를 평가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북미유럽팀장)은 “미국 실업률 등 지표가 예상보다 악화하긴 했지만 미국 경제가 기술적 침체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다음달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 하락폭(-234.64포인트)을 나타내는 등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불안감은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는 심리인데 미국 주가가 내리면 경제 주체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소비와 투자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내수 소비를 나타내는 전 분기 대비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올해 1분기(-0.5%)와 2분기(-0.8%)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분기 1.3%에서 2분기 -0.2%로 고꾸라졌다.
문제는 위기를 타개할 정책적 대안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재정, 금리, 물가, 부동산 중 결국 무엇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수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수출 환경이 상반기만큼 호조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내수 회복이 관건이기 때문에 소비 촉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 신호가 나오면 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줄기 때문에 유가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작은 데다 앞으로 환율이 내려가면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며 “선제적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박상용/강경민/이광식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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