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자금 '대이탈'…"사람 꽉 찬 극장에 불난 상황"

입력 2024-08-05 17:46   수정 2024-08-13 15:55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엄습한 ‘R의 공포’(경기 침체 공포)에 아시아 증시가 줄줄이 무너졌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가 장중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대만 자취안지수와 중국 주요 지수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 증시가 역대급 폭락장을 연출한 배경에는 엔화를 빌려 해외자산을 매입하는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격한 엔화 강세가 이 흐름을 부추겨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꾸라진 닛케이…‘슈퍼엔저’ 끝났나
닛케이지수는 5일 전 거래일보다 12.4% 내린 31,458.4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1,156.12까지 하락했다. 이날 종가 기준 낙폭(4451포인트)은 3836포인트 떨어진 1987년 10월 20일 미국 ‘블랙 먼데이’ 당시를 뛰어넘었다. 올해 상반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닛케이지수는 지난달 11일 42,224.02로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지난해 연말 종가 수준(33,464.17) 밑으로 내려앉았다.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닛케이지수 선물 거래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주식전략가는 “마치 꽉 찬 극장에서 누군가 ‘불이야’라고 소리칠 때와 같다”며 “해외 기관, 펀드, 개인 할 것 없이 모든 시장 참여자가 한 번에 돈을 빼내려 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이날 대만 증시 역시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자취안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35% 내린 19,830.88에 거래를 끝냈다. 중국 본토 증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1.54% 하락한 2860.70, 선전종합지수는 2.08% 내린 1548.83을 나타내는 등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세계 지수 흔드는 ‘머니 무브’
7개월 만의 달러 대비 엔화 강세가 글로벌 ‘머니 무브’를 촉발해 전체 지수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도쿄 외환 시장에선 엔·달러 환율이 142엔까지 내렸다. 올해 1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엔화가치다. 일본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이 반응한 결과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에 이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슈퍼엔저’ 기조가 깨진 셈이다. 엔화 절상은 일본 내 기업들의 수출 실적을 꺾을 수 있어 악재로 평가된다.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나 중국 위안화 등을 싸게 빌려 호주 달러나 멕시코 페소화 등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과 같이 금리가 오르면 캐리 트레이드의 동인은 떨어지고 엔화 가치는 오른다.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 부진이 촉발한 경기 침체 위협이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함께 부추겼다. 앨빈 탠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아시아통화전략책임자는 “경기 침체 위험은 시장 변동성 확대를 의미해 캐리 트레이드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날 엔화 외에도 중국 역외 위안화가 달러 대비 0.7% 오르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앞서 부동산 경기 악화로 경제지표가 둔화한 중국의 위안화를 캐리 트레이드에 동원했다가 빠르게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 때문에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 대비 5% 이상 하락하고 호주 달러도 2%가량 내렸다. 당분간 엔화와 위안화가 추가 강세를 보이며 주요 지수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시은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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