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급 대폭락 전조증상?…코스피 반등에도 '불안'

입력 2024-08-06 17:03   수정 2024-08-06 17:39



“금융위기의 전조증상이냐, 몇년만에 찾아온 저가매수 기회냐.”

6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3거래일 만에 반등하자 증권가는 냉정을 되찾았다. 증시 회복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전날 ‘역대급’ 폭락이 일시적 패닉셀(공포심에 따른 과매도)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인공지능(AI) 거품론 등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여전하기 때문에 급격한 반등보단 지지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주식시장에 투자한다면 분할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급 대폭락 올까
6일 코스피지수는 80.6포인트(3.3%) 오른 2522.15에 마감했다. 3거래일 만에 상승했지만 시장의 공포는 가시지 않았다. 단기성 투기와 투매가 엇갈리면서 지수는 장 초반 5.62%까지 올랐다가 1시간도 안돼 상승분을 절반 가까이 내줬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되는 등 변동성도 컸다.

투자자들은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발생했던 대폭락장을 떠올린다. 당시에도 ‘폭락→일시적 반등→더 큰 폭락’의 증시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주식카페와 SNS 등에선 ‘기술적 반등에 속으면 안된다’ ‘기회를 줄 때 빠져나와야 한다’ 등의 경고글이 끊임 없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닷컴버블이나 금융위기 때처럼 지수가 ‘반토막’ 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5일 발생한 역대급 폭락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되파는 현상)에 따른 유동성 경색 우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엔·달러 환율 급락(엔화 가치 강세)이 진정되고 있는 만큼 시장도 냉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른점이 있다면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요소들을 모두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더라도 양적완화, 금리인하 등으로 사태를 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5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7배까지 떨어졌다는 점도 코스피의 바닥을 지지할 것으로 봤다. 이미 금융위기 당시인 0.82배(코스피 2250)에 근접한 만큼 다시 대폭락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28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 주목



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트리거는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2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발표가 국내 증시엔 가장 큰 변수다. 글로벌 AI칩 설계 1위인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인 ‘블랙웰’의 설계 결함이 발견돼 납품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에 세계 AI 관련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AI 반도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엔비디아와 동조화 경향이 높아진 만큼, 엔비디아 실적이 단기 주가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음주 예정된 미국 7월 소매판매(14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15일) 등 경제지표도 주목해야한다.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면 ‘R(경기침체)의 공포’도 어느정도 진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오는 22일부터 예정된 미국 잭슨홀 미팅에선 Fed의 통화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엔화 급격한 강세도 시장이 주목하는 변수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6월 160엔대까지 올랐다가 5일 141엔대로 급락하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를 약 20조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 당국의 엔화 환율에 대한 정책 변화 등을 확인해가면서 엔·달러 환율 급락세가 진정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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