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만㎞ 트럭 데이터 수집, 미들마일 물류 자동화 이끌겠다" [긱스]

입력 2024-08-06 17:35   수정 2024-08-07 00:31

15t이 넘는 대형 화물 트럭. 차체가 커 운전할 때 집중하지 않으면 차선을 벗어나기 십상이다. 차량이 무거워 제동거리도 길다. 어떤 짐을 싣느냐에 따라 주행 방식도 달라진다. 출렁대는 음료수를 가득 실었을 때와 가벼운 담배를 올렸을 때 차이가 크다. 트럭 자율주행 기술이 승용차와는 달라야 하는 이유다.

마스오토는 트럭 미들마일(기업 간 운송 단계) 자율주행 시장에 집중하는 회사다. 자체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대형 트럭 9대를 직접 운행하면서 데이터를 쌓고 있다. 트럭 한 대당 카메라 7대와 소형 컴퓨터 등을 탑재했다. 트럭 전·후·측방에 설치된 카메라가 도로와 사물 정보를 촬영하고 이를 토대로 실시간으로 트럭을 제어한다. 노제경 마스오토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들마일 물류 시장을 자동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미들마일 시장 규모는 37조원 이상이다.

마스오토는 CJ대한통운, 이마트24,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대기업 물류의 일부를 담당한다. 자율주행 트럭 9대가 누적 110만㎞ 이상을 주행했다. 레벨3 자율주행으로 운전자 개입이 크게 필요 없다. 마스오토 전체 노선 중 97%가 고속도로다. 차선이 꼬여 있는 일반 도로보다 자율주행을 적용하기 쉽다. 마스오토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자체 운송사인 마스로지스는 운송을 맡긴 고객사로부터 운임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술 기업인 마스오토가 운송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미들마일 시장에 자율주행을 정착시킬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 COO는 “기업들이 (사고 시) 법적 책임 등 이슈 때문에 레벨3 자율주행 도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에 자신 있는 마스오토가 직접 운송사를 운영하면서 책임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나중엔 외부 회사에 마스오토의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지금은 안전성을 증명하면서 상용화를 빠르게 추진하는 게 핵심이라고 봤다.

마스오토 자율주행 기술의 중심은 카메라다. 라이다를 활용하지 않는 테슬라와 비슷한 방식이다. 카메라로 들어오는 2차원(2D) 이미지를 3차원(3D)으로 재구성해 자율주행을 한다. 마스오토는 ‘마스박스’라는 데이터 수집 장치를 개발해 전국 운송사들의 트럭 150대에 깔았다. 하루에 200만㎞ 운행 데이터가 모인다. 노 COO는 “인공지능(AI) 학습의 관건은 데이터 확보다. 그래서 비싼 라이다가 아닌 카메라 방식을 정답으로 보고 있다. 올해 1억㎞ 데이터를 모으는 게 목표”라고 했다.

마스오토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연비에서 인간 운전자 평균보다 12% 더 효율적이다. 유류비 부담이 고스란히 운임에 반영되는 현 운송 구조를 고려했을 때 기업들이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논문 등에 따르면 자율주행 트럭은 사람보다 보통 10%~26% 연비가 좋다.

지금은 운전자가 탄 채 자율주행을 하지만 무인 주행도 준비하고 있다. 고속도로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운행하고, 운전자는 마지막 단계인 일반도로 진입 직전에 차량에 탑승하는 방식이다. 미국 미들마일 시장에도 도전 중이다. 관련 규제가 모두 풀린 미국 텍사스에 법인을 세웠다. 그는 “미국에서 먼저 자율주행 수직 통합 운송사로 자리 잡으려고 한다”며 “해외에서의 성공을 보여주면 국내 규제도 상당 부분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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