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원 로봇청소기는 중국 가전산업의 ‘발명품’이다.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한 번에 해결하면서 ‘고가 중국산은 한국 시장에서 안 통한다’는 통념을 깼다.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 ‘빅3’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에 달한다. 1위 로보락은 올해 상반기 점유율 46.5%로 3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과 LG의 로봇청소기팀은 절치부심했다. 로보락 제품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불만 사항을 꼼꼼히 살폈다. 1순위 불만 사항으로 걸레 냄새가 가장 많이 꼽혔다. 덥고 습한 여름철에 사용 후 걸레가 제대로 마르지 않아 쉰내가 심해진다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이 같은 문제점에 착안해 삼성은 세제 없이 자체 스팀 살균 방식을, LG는 냄새를 잡는 별도 전용 세정제를 쓰는 방식을 채택했다.
AS도 한국 제품의 핵심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산은 국내에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 보니 고장이 나면 무거운 제품을 택배로 보내거나 직접 센터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로봇청소기는 최소 2대 이상 카메라를 장착하고 침실 등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우려가 큰 제품이다. 삼성이 제품에 자체 보안 플랫폼 녹스(Knox)를 적용한 이유다.
LG도 표준 보안 개발 프로세스(LG SDL)를 적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LG는 판매 확대를 위해 청소기 출시와 함께 구독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에선 주행 거리 등 성능이 한·중 제품 모두 비슷해 이제는 불편 사항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위생, 보안 등 장점을 강조해 마케팅을 강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로보락은 최근 AS 접수처를 기존 18곳에서 롯데하이마트와 협업해 총 352곳으로 늘렸다. 사용하던 구형 청소기를 반납하면 올해 플래그십 모델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를 구입하는 데 30만원을 할인해주는 보상 판매도 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