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3거래일 만에 반등하자 증권가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거침없이 몰아친 패닉셀(공포 투매)에 따른 폭락 장은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바닥을 다지고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의견은 많지 않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인공지능(AI) 거품론 등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지표, 엔·달러 환율 추이, AI 대표주인 엔비디아의 실적 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지지부진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투자자들은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벌어진 대폭락장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개인투자자가 모이는 온라인 주식카페와 SNS 등에선 ‘기술적 반등에 속으면 안 된다’ ‘기회를 줄 때 빠져나와야 한다’고 경고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다만 닷컴버블이나 금융위기 때처럼 지수가 ‘반토막’ 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5일 발생한 역대급 폭락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저렴한 엔화로 사들인 해외 자산을 되파는 현상)에 따른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컸다”며 “엔화 가치 강세가 진정되고 있는 만큼 시장도 냉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는 요소들을 모두 미국 중앙은행(Fed)이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더라도 양적완화, 금리 인하 등으로 사태를 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5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7배까지 떨어졌다는 점도 바닥론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금융위기 당시인 0.82배(코스피지수 2250)에 근접한 만큼 다시 대폭락이 발생할 여지가 작다는 것이다.
다음주 발표될 예정인 미국 7월 소매판매(14일),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15일) 등 경제지표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면 ‘R(경기 침체)의 공포’도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미국 잭슨홀 미팅에선 Fed의 통화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급격한 엔화 강세도 시장이 주목하는 변수다. 엔·달러 환율은 6월 160엔대까지 올랐다가 5일 141엔대로 급락하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를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선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약 20조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 당국의 엔화 환율 정책 변화 등을 확인해가면서 엔·달러 환율 급락세가 진정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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