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떨어질 때 '털썩' 오를 땐 '찔끔'…허약한 증시, 우리 경제 현실이다

입력 2024-08-06 17:46   수정 2024-08-07 06:44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어제 반등에 성공했다. 전날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된 지 하루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나올 정도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대외 악재에 과민 반응하는 한국 증시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남들 오를 때 못 오르고, 떨어질 때는 폭락’하는 양상은 한국 증시의 뉴노멀이다. 미국발 R(경기 침체)의 공포로 아시아 증시가 대폭락을 맞았지만 결은 다르다. 일본과 대만은 올해 들어 연일 신고가 행진을 거듭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지만, 한국은 큰 상승이 없었는데도 동반 폭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 증시는 어제 10% 이상 올라 전날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지만, 우리 증시 상승폭은 전날 낙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러니 “한국 주식시장(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근본적인 증시 체질 개선이 없다면 비슷한 폭락 장세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거울’이란 점을 감안하면 힘도 중심도 없이 외풍에 먼저 눕는 ‘갈대 증시’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다. 0%대로 치닫는 잠재성장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노동 생산성, 신성장동력 없이 20년 넘도록 그대로인 주력산업으로 시장이 활력을 갖는 건 어불성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징벌적 상속세와 높은 법인세율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정부의 ‘밸류업’이든, 야당의 ‘부스트업’이든 백약이 무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증시 쇼크에 여당이 거듭 금투세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거대 야당에선 여전히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에 투자해 연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거두면 20~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나약한 우리 주식시장에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도 금투세에 유연한 입장을 밝힌 만큼 조속히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려 전향적으로 결론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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