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중요한 것

입력 2024-08-06 17:57   수정 2024-08-07 00:08

올림픽 헌장 6조 1항을 보면 ‘올림픽 경기는 개인 및 팀 간의 경쟁이며 국가 간 경쟁이 아니다’라고 쓰여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림픽만큼 국가가 주인공으로서 전면에 부각되는 국제 스포츠 행사도 드물다. 사람들은 올림픽 각 경기에서 자국 대표팀(또는 대표선수)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면서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일체감을 재확인한다. 대다수 사람은 은연중에 올림픽 메달 수를 그 나라의 국력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국가 간 경쟁 아니라지만
이번 파리올림픽은 개막 전까지만 해도 한국 대표팀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지 않았다. 축구 배구 농구 등 대부분 구기 종목에서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해 1972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최소 규모 선수단(22개 종목, 144명 선수)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 5개 이상을 받아 종합순위 15위에 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폐막을 닷새 남겨둔 6일 기준 한국은 금메달 11개를 따내며 6위에 올라 있다. 한국 대표팀의 예상 밖 선전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조만간 뇌리에서 잊힐 것이다. 올림픽 메달 수와 우리들의 삶은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학교 체육’이다. 초·중·고교생 대다수가 ‘운동하지 않는 학생들’로 방치돼 있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7세 이하 청소년에게 ‘하루 60분 이상의 중간 강도 운동, 1주일에 3일 이상의 격렬한 신체활동’을 권하고 있다. 한국의 학교 체육은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초·중·고교생의 주당 체육수업 시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3시간이지만,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2시간으로 줄어든 뒤 고교 3학년 때는 1시간으로 쪼그라든다. 이마저도 다른 수업이나 자습으로 대체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정책연구실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전국 고교 중 25.8%만이 체육수업 권장 시간을 충족했다.
급증하는 저체력 학생들
정부는 정규 체육수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07년부터 학교 스포츠 클럽 제도를 도입했다. 스포츠 클럽은 한때 전국 단위 토너먼트 대회까지 열릴 정도로 활성화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이후 중학교의 방과후 스포츠 클럽을 주당 2시간 정규 교과로 운영하던 것도 2022년 교육과정 개편 때 1시간으로 줄었다.

학교 체육 부실은 학생들의 체력 저하로 귀결되고 있다. 교육부가 매년 실시하는 학생건강체력평가에서 ‘저체력’으로 평가되는 고교생 비율이 2017년 14.0%에서 2020년 24.5%로 치솟았다. 정부는 5년에 한 번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전체 교육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8%(2022년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성장기 청소년에게 체육활동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때 다져진 기초체력은 평생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제도 개편과 투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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