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반복되는 남녀 선수들의 경기복 잣대 논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나왔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6일(현지시간) 출전 선수의 남녀 성비 균형을 최초로 이룬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여자 선수들의 경기복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종목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종목별 국제연맹(IF), 각 나라 종목 후원 업체 등의 영향으로 여자 선수들이 유니폼 선택의 제한을 받는다고 전했다.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의 경기복에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기계체조와 비치 핸드볼이 꼽힌다.
운동복의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글을 쓰는 역사가 샌드린 저멀린 샘슨이 2008년 책에서 설명한 내용을 보면, 여성의 몸을 구분 지으려는 오랜 열망과 전통적인 여성성의 이상을 유지하려는 관점에서 기계체조는 여자 선수들에게 고급 여성복(오트 쿠튀르)과 같은 체조복을 입힌다고 평했다.
하지만 거추장스러우면서도 몸에 딱 달라붙는 유니폼은 경기력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자 선수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경기할 때 관심을 덜 받고자 유니폼이 벗겨지지 않도록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 중이며 생리 중일 때는 옅은 색 유니폼을 입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지난 2021 도쿄 올림픽에서 독일 체조 선수들은 다리를 발목까지 덮는 유니타드를 착용하면서 성적인 요인(sexuality)을 부각할 수 있는 것을 차단했다. 당시에도 해당 의상을 입은 여자 기계체조 팀은 독일 뿐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번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비치 핸드볼 역시 의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비치 핸드볼은 2021년 노르웨이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여성 유니폼이 불필요하게 성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생리할 때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그해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 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비키니 대신 반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유럽핸드볼연맹으로부터 선수 한 명당 한 경기에 벌금 50유로(약 6만8000원)를 내라는 결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유럽핸드볼연맹 규정에 따르면 비치 핸드볼 여자 선수들은 경기 시 비키니를 착용해야 한다. 상의는 스포츠 브라 형식으로 양팔 전체가 나와야 하며 하의는 10㎝를 넘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있다. 반면 남자 선수들의 유니폼은 딱 달라붙는 탱크톱과 무릎 위 10㎝까지 오는 길이의 너무 헐렁하지 않은 반바지다.
이후 거듭된 항의에 국제핸드볼연맹(IHF)이 여자 비치 핸드볼 유니폼 규정 여성 선수들은 비키니가 아닌 '몸에 꼭 맞는 짧은 바지를 입어야 한다'다. 스포츠 브라 형식의 상의가 아닌 일반 민소매를 입어도 되지만 여전히 타이트한 복장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키니를 강요하지 말라"며 이집트의 비치발리볼 선수 도아 엘그호바시는 히잡을 쓰고 몸 전체를 가리는 유니폼을 착용했다. 비키니 차림의 다른 선수들 사이에서 눈에 확 띄는 복장이었다.
그는 스웨덴 매체 익스프레센과 인터뷰에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히잡 착용을 강요할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내게 비키니 착용을 강요할 수 없다"며 "자유로운 나라에서 어떤 옷을 입을지는 개인의 자유"라고 말했다.
국제테니스연맹은 남녀 선수들의 복장에 구분을 두진 않지만, 여자 선수들의 치마 착용은 지금도 남아 있다. 세리나 윌리엄스는 2018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당시 반소매 상의에 블랙수트 차림의 경기복을 착용했다가 조직위원회로부터 "용납할 수 없다. 대회를 존중해달라"는 비판을 들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일본 대표 수영 선수로 출전한 이모토 나오코(Naoko Imoto)는 "(올림픽의) 성적 불평등이 심하다"고 밝혔다. 나오코는 "많은 방송에서 여자 운동선수를 순수한 운동선수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녀, 아내, 어머니로 바라본다"며 "대부분 아름답다거나 섹시하다 등 (선수의) 외적 요소에도 집중한다"고 짚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