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대단지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인천시가 모든 아파트에 초기 진화용 장비를 보급하기로 했다.
7일 인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내년도 예산에 차량용 질식소화 덮개 구입비를 편성할 계획이다.
이는 '인천시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의 화재 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른 조치다.
이 조례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용 주차구역의 화재를 막기 위해 안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인천시가 설치 비용 일부나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 신동섭 시의원이 지난 2월 발의한 이 조례는 동료 의원 9명이 찬성해 3월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관련 예산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달 1일 시행됐다.
인천시는 애초 이 조례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전체 아파트 1천600여개 단지에 질식소화 덮개를 지원할 방침이었으나 지난 1일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기간을 단축했다. 시는 내년 초 모든 아파트 단지에 질식소화 덮개를 한꺼번에 보급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불연성 재질의 천으로 된 질식소화 덮개는 불이 난 전기차 전체를 한 번에 덮어 공기 유입을 차단한다.
인천 전체 아파트 단지에 질식소화 덮개를 한 개씩을 지원하려면 총 20여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질식소화 덮개 지원 예산은 모두 시비로 마련할 예정이지만 아파트 안전관리자 교육과 홍보 등은 인천소방본부 예방안전과가 맡기로 했다.
신 의원은 "질식소화 덮개 가격은 보관함까지 포함하면 한 개에 200만∼300만원가량"이라며 "실제 예산은 편성 과정에서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기는 아파트에 시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라며 "현재 인천소방본부가 1개 보유한 이동식 소화수조도 5개 더 늘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화염으로 주차장 내부 온도가 1천도 넘게 치솟으면서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나흘 넘게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끊겨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천 외에 충남 금산에서도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6일 오전 5시께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중이던 차에 불이 나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돼 소방차가 출동했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12대와 인력 35명을 투입해 1시간 37분 만에 불을 껐다고 전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소방대원들은 불이 옆 차량으로 번지지 않게 조치하고, 화재 진압 도중 전기차를 주차타워 밖으로 빼낸 뒤 불을 완전히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차종은 기아 EV6 모델로 이 차를 임대(리스)해서 타고 다녔던 A(50대)씨는 "전날 오후 7시께 주차하고 충전기를 꽂았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배터리 문제로 인한 화재로 추정하고 이날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기차에 일단 불이 나면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화재 진압이 훨씬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보호팩으로 덮여 있어 물이 쉽게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한번 불이 붙으면 진화하기까지 일반 차량보다 3배 넘는 시간이 걸린다. 리튬 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더 많은 열을 만드는 '열폭주'가 일어나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하기 어렵다. 열폭주 상황으로 진행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2분 사이로 운전자가 미처 대피할 시간도 없다. 특히 밀폐된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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