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탈리아와의 무역 관계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과거부터 산업재 중심으로 수출해 온 한국은 흑자 기조를 이어갔지만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고급 소비재의 수입 증가로 무역 구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무역 적자가 해소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이탈리아인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락다운 기간 중 OTT 방송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접한 이탈리아인들은 큰 호응을 보였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 수가 늘어 로마, 밀라노, 베니스, 시에나, 나폴리의 주요 대학에서 한국어 수업이 개설됐다. 한국 지역학 관련 전공도 생기고 있다.
한식당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거나 체험하려는 현지인들로 항상 붐비고 있고, 한국행 직항편은 이탈리아 여행객들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러한 한류 확산은 단순한 문화적 현상을 넘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한국 문화와 직결되는 화장품, 식품, 웹툰과 같은 한국산 소비재와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현지인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시내 뷰티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먼저 찾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주요 소비층도 젊은 세대에서 구매력이 높은 중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출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47%의 성장에 이어 올해 6월까지 95%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 한국 식품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식품은 보통 아시아 전문 매장에서만 유통됐지만 지난해 말부터 현지 주요 슈퍼마켓에서도 라면, 김치, 고추장 등 다양한 한국 식자재와 가공식품들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미 일본 콘텐츠에 익숙한 이탈리아인들이 영어로 번역된 한국 웹툰을 해외 유명 플랫폼을 통해 구독할 정도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주요 서점들도 ‘Manwha’라는 제목으로 한국 만화를 위한 별도 공간을 마련하면서 이러한 현지인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판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한국 콘텐츠를 현지어로 출판하기 위해 작품 물색에 나서고 있다.
패션과 패키징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월 처음으로 개최된 ‘Milan Loves Seoul’ 행사에서 한국 신진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패션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5월에는 ‘밀라노 프리미엄 패키징’ 콘퍼런스에서 ‘한국 디자인 트렌드’가 소개돼 한국 포장 디자인과 친환경 소재에 이탈리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IT·인공지능(AI)·메타버스·에듀테크 기술과 이탈리아 콘텐츠가 결합된 협력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시장에서의 한류 확산은 양국 간의 상호 이해와 협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이러한 흐름을 잘 활용하여 현지 시장에 더 깊이 뿌리내리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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