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 속 한계기업, 회생제도 적극 검토해야 [삼정KPMG CFO Lounge]

입력 2024-08-07 11:01  

이 기사는 08월 07일 11: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판매대금 정산 지연 및 대규모 환불사태를 일으킨 국내 주요 이커머스 2개 업체의 기업회생과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자율구조조정) 프로그램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은 이들 기업의 ARS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다음달 2일까지 회생절차 개시여부 결정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ARS는 법원 승인에 따라 최대 3개월 간 회생절차를 유예하고 기업과 채권자가 상호 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변제방안 등 해결책을 찾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기간 중 채무자인 해당 기업들은 주요 채권자와 함께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자금 조달 방식을 비롯한 자율 구조조정 계획을 다음달 2일까지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해당 기업들은 지분 매각이나 M&A 및 인수자 탐색, 투자자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 해당 기업들의 미정산 금액 등 채권 규모가 약 1조 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셀러·일반 소비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 약 11만 명에 달하는 채권자 간 원만한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ARS를 통해 자율 합의안과 구조조정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련·시행하기로 하면, 법원은 기업회생 개시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회사는 바로 정상 영업에 들어간다.

반면 자금조달 등에 실패하면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고, 법원은 채권과 기업가치를 조사하고 채무자로부터 회생계획안 등을 받아 심사한다. 회생은 기업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졌지만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의 관리 감독 하에 채권 집행 등을 금지하고 채권자, 주주/지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 관계를 조정하여 기업의 재기를 지원하는 절차이다. 법원이 기업회생 신청을 검토 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는 회생가능성으로 기업의 부채와 자산, 현금흐름 등 회사의 재정상태를 면밀히 검토한다. 기업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공정성, 형평성, 실현 가능성, 합리성을 가졌는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회생계획안에는 이해관계인의 권리 조정 관련 사항, 채무자의 사업 운영 계획, 채무변제 계획, 향후 경영 효율성과 재무구조 개선 전략 등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법원이 채무자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본격적인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반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지 않거나 회생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절차 중간에도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파산 시, 법인의 재산을 현금화하여 채권자들에게 권리의 우선순위와 채권액에 따라 분배하고 청산하게 된다.

이커머스 업체의 기업회생 신청의 원인과 책임 소재, 회생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이는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국내 기업의 상당수가 회생과 파산에 이르는 현실에서 각 이해관계자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난해 기업의 파산신청 건수는 1,657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 이 수치는 98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회생신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23년 회생신청(회생합의) 건수는 1,024건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파산 대비 회생신청 건수가 더 많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역전되었고, 최근에는 회생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다양한 이유로 불가피하게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만, 회생신청으로 인한 낙인효과를 우려해 회생절차 진행의 골든타임을 놓쳐 기업가치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되는 경우, 공정성과 전문성을 요하는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채권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이를 포기하는 경우 등 아쉬운 사례도 발생한다.

회생신청을 한다고 모두가 성공적으로 기사회생하는 것은 아니다.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심사에서 기각되는 경우도 있고, 개시결정을 받고 나서 실사를 거친 뒤 인가를 받기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도 있다.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나서 계획안이 불인가를 받기도 하고, 회생계획 인가를 받고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회생절차가 폐지되는 경우도 있는 등 종결까지 이르는 소요 시간과 복잡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생절차는 채무의 감면 등을 통해 회사가 유동성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업의 재건을 통해 담보권자를 포함한 회생채권자들에게 최대한 변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회생에 성공한 기업은 그간 쌓아온 유무형자산과 기업가의 경험과 노하우 등이 소멸되는 것을 막고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사람으로 치면 중병의 완치, 생명 연장인 셈이다.

회생 진행 시에는 ARS를 통한 채권자와의 협의, 기존 경영인 관리인제도(DIP, Debtor In Possession) 투자, 회생계획 인가 전후 M&A를 비롯해 스토킹호스 방식의 M&A 등 기업 특성에 맞는 최적의 회생 계획과 전략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거나 볼트온(Bolt-on)을 통해 자사의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잠재매수자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회생기업에 있어서는 매각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M&A나 회생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제3자 관리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3자 관리인은 채무자와 그의 채권자 및 주주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중립적 위치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회생전략, M&A, 자산 매각, 자본 유치 등에 대해 전문성, 신속성, 공정성 등을 확보한 제3자 관리인은 종합적 관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별·업종별 경기 차별화 양상과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한계기업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위기 등 재정적 어려움에 당면한 기업이라면 위기관리와 재기를 위한 방안으로 회생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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