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말 같은 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에이미 J 넬슨과 포린어페어스지에 기고한 글 ‘중국의 위험한 핵 추진’에서 “중국의 핵탄두 수는 현재 500개이며 2030년까지 1000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핵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에 핵 잠수함 등 전술핵 배치를 검토하는 강한 압박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고문이 나온 후 워싱턴 안팎에선 “위험한 생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 석좌는 그러나 “중국이 미국과 군비 통제 협정을 맺도록 하려면 지금까지 하던 유화적인 정
책이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내에선 북한의 위협 때문에 자체 핵무장을 검토하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고, 일본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있다”며 “이런 사실을 미국이 중국의 군비 확대를 중단시키는 압박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의견”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11월 대선결과에 따라 미국의 핵 관련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여 석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후보 J D 밴스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이들이 당선되면 ‘강력한 국방’을 원하는 공화당 내 분위기에 의해 결과적으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국방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공화당 내에서는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묶여 중국에 뒤떨어진 핵무기를 갖게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 분야에 예산을 더 쓸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엔 처음에는 중국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유화책)에 머물 것이라고 봤다. 여 석좌는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에서 함께 일한 이들의 조언에 기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화책을 계속 유지할 때가 아니라 중국을 밀어붙여야 할 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 석좌는 “중국 경제가 냉각되고 있는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 할 것”이라며 지금이 중국의 군비를 통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실제로 주한미군을 철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한국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이해관계를 위한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 석좌는 “한국이 지난 5년 동안 최소 7% 이상 자체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등 동맹에 기여하고 있음을 잘 알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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