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허리띠 졸라맨 동네 가게 사장님

입력 2024-08-07 17:55   수정 2024-08-08 00:06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6%. 경기가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수치다. 하지만 주변 소상공인들은 앓는 소리 일색이다.

왜 그런 걸까. 정답은 양극화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전국 외식업 사업장의 매출을 토대로 지니계수와 비슷한 양극화지수를 계산해봤다. 그 결과 다른 업종 대비 외식업의 양극화가 가장 심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리뷰 기반 소비’ 트렌드다.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인기 음식점 앞에는 긴 줄이 서고, 그렇지 않은 가게는 텅텅 빈다. 과거에 음식 장사는 목만 좋으면 절반은 간다고 했으나, 이제는 ‘모 아니면 도’가 됐다.

1분기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대한민국 소상공인의 지난 2분기를 요약하자면 이런 상황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150만 사업장의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소상공인 사업장의 2분기 매출 평균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의 7.7% 감소에 비하면 나아졌다지만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다. 2분기 영업이익 평균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늘었으나, 매입이 4.6% 줄었다. 매출이 조금 증가했지만 매입이 그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것은 재고를 줄이고 원가 절감에 나섰다는 얘기다. 즉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이익이 늘어난 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맨’ 덕분이지, 소매 경기가 좋아져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선제적 고민이다. 소상공인이 재고 매입을 줄인다는 건 도소매 사업자의 재고 및 현금흐름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위기에 처하는 도소매사업자가 급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려운 가게가 많아진 것은 염려할 일이지만 양극화의 다른 면, 즉 소기업으로 성장할 가게의 증가는 잘 살려야 할 기회가 아닐까. 연체 증가에 비해 폐업이 따라 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만약 대내외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단기간 급증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리 고민해야 제때 지원할 수 있고, 그래야 재정 지원의 효과가 극대화한다.

소상공인 대책으로 지난달 발표된 새 출발 희망 프로젝트에 대해 동네 가게 사장님들의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다. “낮은 이자율도 중요하지만 상환기일을 길게 해서 월 납부금을 줄여주는 것이 연체율도, 부담도 낮춰주는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무조건 이자를 깎아달라거나, 부채를 탕감해달라는 주장이 아니다. 더 오랫동안 갚게 되더라도, 매달 내는 부담을 낮춰서 숨을 쉬게 해주면 사업을 잘해서 어떻게든 빚을 갚아보겠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의지를 갖고 고용을 창출하는 동네 가게 사장님들을 북돋아 준다면 또 다른 경제 성장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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