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 한솔페이퍼텍, 신대양제지 등 국내 제지 업체는 골판지 원지의 주재료인 폐지 가격 상승과 경영 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원지 가격을 t당 약 9만원 인상했다. 3년 전과 비교해 약 20% 오른 수치다. 이에 대해 태림페이퍼는 “지난 3년간 인건비 상승과 금리 인상, 제조 경비 증가 등에 종이 자원 가격 상승이 더해지며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 환경이 나빠졌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골판지 폐지값은 지난해 7월 ㎏당 72원에서 이달 100원으로 약 38% 뛰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데 90%를 차지하는 폐지값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500곳을 웃도는 고물상의 폐지 재고분이 2~3일치밖에 없을 정도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제지와 대림제지 등도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골판지 원지는 녹인 폐지를 말린 뒤 두루마리 휴지처럼 감아낸 것이다. 제지 업체들은 이 원지를 활용해 표면지(겉지)와 이면지(속지), 표면지와 이면지 사이에 구불구불한 형태의 골심지 등을 만든다. 이들을 접착해 만든 골판지 원단을 육각형으로 붙여 박스를 제작한다. 원자재 가격에 따라 도미노처럼 가격이 인상되는 구조다. 신봉호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는 “골판지 원지가 박스 제조 비용의 60%를 차지한다”며 “인상분을 고려하면 박스 가격도 지금보다 12% 정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 기업이 대부분인 골판지 포장업계는 잇따른 가격 인상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주요 납품처가 대기업이다 보니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선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손해를 사실상 우리가 떠안아야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이 주요 원재료 가격에 따른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을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식품·택배 등 골판지 상자를 많이 쓰는 산업계는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골판지 상자 공급 업체와 6개월,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만큼 당장 가격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대규모 계약이 경쟁입찰로 이뤄져 업체들이 가격 상승분을 온전히 반영하기 쉽지 않다.
원종환/안재광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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