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법무부가 발표한 외국인 정책의 골자는 단기 체류 외국인의 장기 체류를 끌어내기 위해 비자 종류 사이사이에 사다리를 놓겠다는 것이다. 가령 유학생(D-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구직(D-10) 비자, 숙련인력(E-7) 비자, 지역 거주(F-2-R) 비자를 차례로 취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한국에 들어온 유학생 중 취업과 직결되는 공학을 전공하는 비율은 11.4%에 그친다. 앞으로는 유학생 초청 시 지역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력을 우대 선발한다. 취업 연계도가 높은 이공계열 유학생 선발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입국 후에는 지역 기업에서의 단기(3~6개월) 현장 실습을 지원한다. 대학에선 계약학과 등 산학 협력 중심의 취업 밀착형 교육 비중을 높인다.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숙련기능인력(E-7-4) 비자→거주(F-2) 비자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통해 정착을 돕는다. E-7-4 비자 쿼터는 지난해 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일곱 배 확대됐지만, 전환은 올해 1~6월 기준 6000명에 그쳤다. 정부는 지방 근무자의 E-7-4 비자 전환 요건을 낮추고, F-2 비자 전환 시 소득 요건도 현실화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전 산업체에 소속된 외국인 근로자 13만4000명이 215시간의 한국어 기초 과정을 수강하게 된다.
창업준비(D-10-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을 위해서는 창업이민(D-8-4) 비자→기술창업투자 영주(F-5-24) 비자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놓는다. 창업교육 인프라를 비수도권까지 확대해 최근 5년 새 연평균 29.7%의 증가율을 보여온 D-10-2 비자 발급 인원을 확 늘린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 인재를 두 배 이상 늘리는 게 목표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90일 이상 장기 체류 외국인 비율이 평균 10.6%인데, 한국은 3.5%로 턱없이 낮다”며 “외국인 인재가 국내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2022년 신설된 지역특화형 비자가 인구 감소 지역 위주로 발급되고 있어 인력 부족을 겪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있다.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외국인(올해 6월 기준 44만478명)이 체류하고 있지만, 지역특화 비자가 발급되는 지역은 인구 감소 지역에 해당하는 두 곳(가평군, 연천군)에 불과하다. 외국인 공장 인력이 많은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안산시는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법무부에 지역특화 비자 적용 지역 확대를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오유림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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