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나 잘하지...하이브, 다 죽어가는 게임산업 뛰어든 까닭[안재광이 대기만성]

입력 2024-08-12 09:43   수정 2024-08-12 09:44



하이브가 ‘민희진 사태’ 이후에 나름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세븐틴이 올 상반기에만 443만 장의 앨범을 판매해서 국내 아티스트 앨범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요. TXT도 210만 장 넘게 팔아 4위에 올랐죠. 뉴진스가 기대엔 조금 못 미쳤는데요. 그럼에도 3위였고요.

더 중요한 건 투어스, 아일릿, 보이넥스트도어 같은 새로운 아티스트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 그러니까 하이브가 모기업처럼 있고 그 밑에 자회사인 레이블들이 각자 아티스트를 길러 내는 시스템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는 ‘하이브 2.0’이란 비전도 내놨습니다. 핵심은 통제가 잘 안 되는 멀티레이블을 보다 중앙집권형으로 바꾸는 것인데요. BTS를 키운 레이블이죠. 빅히트뮤직의 신영재 대표가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하이브 2.0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하이브IM을 중심으로 게임 사업을 확장하겠다. 하이브가 게임 사업을 한다는 게 생소한 분들도 많을 텐데요. 사실 하이브는 게임 사업을 꽤 오래 전부터 했고요. 그것도 굉장히 진지하게, 상당히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또한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체 왜 하이브는 게임산업에 뛰어 들었을까요.

◆MMORPG 첫 작품은 흥행참패

하이브의 첫 게임은 2021년에 나왔습니다. ‘리듬 하이브’란 모바일 게임이죠. 음악과 함께 빛이 나오는데 이걸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게임입니다. 또 BTS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인더섬 위드 BT’란 게임을 이듬해인 2022년에 내놨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그리고 그 노래를 활용해서 게임을 만들었죠. 하이브의 지식재산권, IP를 활용했으니까 연관 사업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는 팬덤이 있으니 마케팅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먹고 들어가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IP 활용과는 전혀 결이 다른 결정을 하이브가 2022년 말에 합니다. ‘별이되어라2’ 게임 판권을 167억원에 사온 것인데요. 이 게임은 플린트란 게임사가 개발 중이었는데 하이브가 유통하기로 합니다. 이전에 하이브가 내놓은 아기자기한 게임하고는 완전히 다른데요. MMORPG라고 하죠. 게이머들이 잔뜩 참여해서 전투를 벌이는, 쉽게 말하면 리니지 같은 게임을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리고 올 4월에 별이되어라2가 발매됐습니다. 결과는 흥행참패에 가까웠어요. 비슷한 게임이 너무 많아서 차별화가 잘 안 됐습니다. 이런 유의 게임은 사람들이 돈 내고 아이템을 뽑는, 업계 용어론 비즈니스 모델, BM이라고 하는데요. BM 또한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못 얻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그럼 하이브는 이대로 게임을 포기할 것인가. 전혀 아닙니다. 별이되어라2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하이브가 아쿠아트리란 개발사에 300억원을 지분 투자했는데 아쿠아트리가 개발 중인 MMORPG ‘프로젝트A’의 유통도 맡기로 했습니다. 아쿠아트리는 넷마블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을 개발한 박범진 전 넷마블네오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인데요. 엄청난 대작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하이브는 또 다른 게임 스트타업 마코빌이란 회사에도 50억원을 투자했는데요. 마코빌과 아쿠아트리가 함께 개발 중인 ‘오즈 리라이트’의 배급도 할 예정이죠. 여기에 액션스퀘어란 게임사에서 개발 중인 ‘던전스토커즈’도 하이브가 판매하고요. 하이브가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게임도 있다고 합니다.

◆BTS 편중된 사업구조 개선 목적

그럼 하이브는 왜 이렇게 게임에 진심인지 궁금한데요. 우선, 사업이 과도하게 쏠려 있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이브는 BTS로 대박을 냈고 BTS 덕분에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했죠. 반대로 말하면 BTS 의존도가 컸다는 말도 됩니다. BTS가 한창 해외에서 활동했던 2021년에 하이브는 약 1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요. 이 가운데 67%인 1160억원이 BTS 레이블인 빅히트뮤직이 거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BTS의 군 입대가 이듬해인 2022년 큰 이슈가 됐죠. 이게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40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그해에 10만원대 초반까지 폭락했습니다. BTS 없는 하이브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더 상상하기 힘들었잖아요.

회사가 작을 땐 그럴 수도 있어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 이렇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해지죠.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자산총액 5조원이 넘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까지 올랐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겁니다.

하이브의 창업자인 방시혁 의장도 BTS 의존도를 어떻게 낮출지 당연히 고민을 했을 것이고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게임 사업 진출이었습니다. 물론 게임만 하겠다는 건 전혀 아니고요. 우선순위는 아티스트 발굴과 지원에 있고 다른 한편에선 게임 같은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겁니다.

영역은 다르지만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비슷한 점이 많죠. 한 번 대박이 나면 추가로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대규모 수익을 한동안 가져다 주는 게 대표적인데요. BTS 같은 아티스트가 한 번 나오면 공연수입과 음반 판매가 오랜 기간 보장이 됩니다. 게임 회사에서도 대작 게임이 나오면 최소 10년은 거뜬하게 수익을 창출해 내고요. 리니지처럼 30년 가까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게임을 키워내는 방식도 일부 비슷합니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 어도어, 빌리프랩 등등 11개의 자회사 레이블을 통해 아티스트를 독립적으로 길러 내고 있는데요. 게임사들도 독립적인 스튜디오를 밑에 두고 게임을 개발하죠.

방시혁 의장의 인맥도 게임산업에 진출하게 된 이유가 됐는데요. 넷마블이 2018년에 하이브에 무려 20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지분 18.2%를 확보해 2대주주에까지 오릅니다. 넷마블은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죠. 모두의마블, 세븐나이츠, 레이븐 같은 게임이 이 회사 것입니다.

창업주는 방준혁 의장이란 분인데요. 그렇습니다. 방시혁 의장과 ‘집안사람’입니다. 방준혁 의장은 사업 초반에 방시혁 의장의 부친인 방극윤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자주 찾아가서 사업에 대한 조언을 들었을 만큼 가까웠다고 합니다. 하이브 경영에 직접 참여한 건 아니지만 방시혁 의장과도 게임산업 진출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얼마 전까지 하이브 대표를 했던 분도 게임회사 출신이었죠. 2021년 7월 방시혁 의장이 대표 자리에 물러나면서 박지원 넥슨 전 대표를 선임했는데요. 이분이 이후에 게임산업 투자와 진출을 진두지휘합니다.

◆투자자들은 게임 진출에 회의적

하이브가 게임에 투자하는 것을 최소한 증시에선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아직까진 성과를 크게 낸 게 없어서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크죠. 하이브 내 게임 사업을 전담하는 하이브IM 매출은 2022년 362억원에서 지난해 308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영업손실도 200억원 가까이 발생했고요.

올해는 별이되어라2 매출이 더해져서 매출은 증가할 것 같은데 적자도 더 날 것으로 우려가 됩니다. 이 게임을 출시할 때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썼거든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금이라도 접으란 식으로 혹평하고 있죠.

이게 또 일리가 있는 게 한국의 게임산업 전체가 위기 상황입니다. 중국, 미국, 일본 게임에 밀려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엔씨소프트의 추락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가 게임산업에 뛰어들었고, 그게 또 하필이면 가장 우려가 큰 장르인 MMORPG입니다.

하이브가 BTS를 키워냈듯이 게임에서도 대작을 선보일 수 있을까요. 결과가 대박일지 쪽박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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