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는 6만달러대가 무너졌다. 이달 초 6만6000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현대 5만80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새 16% 하락했다.
비트코인이 급락한 것은 미국의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구매자 관리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돌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약 1년 만에 최다를 기록하자 4% 가까이 폭락했다. 다음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달 대비 11만4000명 늘고, 실업률이 4.3% 오르는 등 부진한 고용지표가 공개되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고용 증가세가 평균을 크게 밑돌고 실업률이 예상보다 오르자 미국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Fed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도 확산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호재로 여겨왔다. 금리 인하 전망이 강해질 때 대체로 비트코인 가격은 올랐다. 금리가 내리면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는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냉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기가 침체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다.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물량 폭탄’도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 때 미국 암호화폐 대출 및 트레이딩 업체 제네시스 트레이딩과 관련된 지갑에서 1만6600개 비트코인(약 11억달러)과 16만6300개 이더리움(약 5억2100만달러)이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 채권자에 대한 현물 상환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 대규모 비트코인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 이유다. 앞서 미국 정부가 압수한 약 2만8000개 비트코인을 내놓고, 해킹으로 파산한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3만3960개 비트코인을 채무자에게 돌려준 것 등 비트코인 매물 폭탄이 잇따르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것도 비트코인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10개월째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피살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통상 전쟁 가능성이 커지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세진다.
전략자산은 중앙은행이 비축하는 대외자산이다.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한다. 금이나 달러, 특별인출권(SDR) 등이 해당한다. 여기에 비트코인을 포함하겠단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는 비트코인을 금이나 기축통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가상자산 시장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략적인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그만큼 비트코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민주당은 반(反) 가상자산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가상자산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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