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안산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정부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8일 김동연 경기지사는 선감학원 공동묘역에서 희생자 유해 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 행사를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지사는 개토 행사에서 “2022년 10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상을 규명하면서 사건의 근본 책임 주체를 국가라고 명시했고, 당시 유해 발굴도 국가 주도로 발굴하도록 못을 박았다”라며 “그러나 올해 초까지 정부는 단 한 차례도 여기에 대한 책임 인정이나 유해 발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도는 행정 지원을 하라고 권고받았다.
김 지사는 이어 “(경기도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 피해자분들 한 분이라도 생존해 계실 때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경기도가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발굴 작업과 희생자를 모시는 것이 다 끝나면 중앙정부에 구상권을 행사하겠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정부가 각성하라는 의미로 필요하다면 소송을 걸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감학원뿐만 아니라 공권력으로 인해 그동안 유린당했던 인권 사례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각성을 시킬 것”이라며 “다시는 국가나 정부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없는 나라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나라가 되도록 다 함께 뜻을 같이했으면 좋겠다. 경기도가 그 대열 맨 앞에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도는 앞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 발굴 사전절차인 분묘 일제 조사와 개장공고 등을 지난 4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진행했으며, 진실화해위가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시굴한 분묘 35기 외에 희생자 분묘로 추정되는 150여 기를 확인했다.
도는 개토 행사 이후 희생자 추정 분묘에 대한 유해 발굴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는 발굴이 완료되는 오는 11월부터 시굴 유해를 포함한 전체 발굴 유해에 대해 인류학적 조사, 유전자 감식, 화장, 봉안 등의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다.
행사에는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와 경기도, 안산시, 진실화해위, 행정안전부 관계자 및 시민단체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묵념·추모사·헌시·피해자 사연 발표 및 추모 공연 등이 진행됐다.
한편 선감학원 사건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안산시 선감도에 설립된 선감학원에서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4700여 명의 소년에게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암매장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 10월 진실규명 결정 당시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로 결론 내리고, 선감학원 운영 주체인 경기도와 위법적 부랑아 정책을 시행한 국가를 대상으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 희생자 유해 발굴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수원=윤상연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