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남자 58㎏급에 출전한 박태준(20)은 7일(현지시간) 우리나라 남자 태권도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12번째 금메달로, 대한체육회가 목표로 설정한 ‘금메달 5개’의 배를 훌쩍 넘겼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폐회를 나흘 앞둔 이날 현재 대한민국은 메달 총 27개(금 12, 은 8, 동 7)로 종합순위 6위에 올라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각 종목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금메달 5개(양궁 3개, 펜싱 2개)를 목표로 걸었다.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가 대회 개막 전 한국이 금메달 9개로 10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출전 선수 총 144명, 1976년 몬트리올 대회 50명 이후 최소 규모의 선수단과 일찌감치 초라할 것이라고 예고한 성적에 국내 올림픽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썰렁했다.
하지만 선수단은 개막 사흘째 만에 목표치를 달성하며 연일 반전 드라마를 써냈다. 그러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이 해병대 훈련을 거치며 ‘원팀 코리아’ 분위기가 생긴 결과”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15개 종목 국가대표 선수 400여 명을 경북 포항 해병 1사단에 입소시켜 2박3일간 ‘원 팀 코리아’ 캠프를 강행했다.
스포츠계에서는 대한체육회의 엇나간 전망을 두고 “무능함의 결과, 혹은 의도된 저평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의 역량을 분석하고, 종목별 현황 정보를 취합 및 분석해 올림픽 목표치를 설정한다. 금메달 5개라는 헛발질은 대한체육회의 정보력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목표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한체육회는 ‘엘리트체육’ 부활을 강조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각을 세워왔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최근 10년간 선수들의 인권, 학습권을 강조하는 기조에 반발해온 대한체육회가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엘리트체육의 위기를 과장하고 지원을 끌어내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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