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자 본지 A1, 3면 참조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해상풍력 업계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해상풍력 경쟁 입찰 로드맵’을 발표했다.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정부는 해상풍력 입찰 평가에서 비가격 지표를 1차 평가한 뒤 가격 경쟁을 추가하는 ‘2단계 평가 체계’를 도입한다. 비가격 지표에는 △안보 영향 △국내 공급망 기여 △국내 공기업 참여 △적기 준공 및 유지보수 능력 등의 사항을 두루 반영한다.
1차 평가는 비가격 지표만으로 공고 물량의 120~150%를 선정하기로 했다. 입찰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해도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해외 기자재를 사용하거나 주요 부품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올 경우 입찰에서 탈락할 수 있다.
정부는 해상풍력 입찰 2차 평가에 반영하는 가격 지표 비중도 기존 60%에서 50%로 10%포인트 낮출 계획이다. 비가격 지표의 비중은 40%에서 50%로 올린다. 산업경제 효과(안보·공공 등 반영) 비중을 16%에서 26%로 높이고, 설치 후 운영 및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반영하는 거점·유지보수 지표(8%)를 신설한다.
안보·공공성 등 정성평가 강화…해킹 우려있는 해외 부품 제한
정부가 해상풍력 입찰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대규모 해상풍력 시장이 중국과 유럽 등 해상풍력 강국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1.4GW 규모로 이뤄진 해상풍력 입찰에서 낙찰받은 다섯 곳은 모두 핵심 기자재인 터빈을 비롯한 주요 기자재를 덴마크 베스타스, 중국 밍양 등 외국산으로 채웠다. 비가격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값싼 중국산 기자재를 내세워 파격적으로 낮은 전력 공급 가격을 제시해 입찰에 성공한 사업자도 있었다.
풍력업계는 경제 안보와 같은 비가격 평가 비중이 확대되면 해외 기자재 사용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사시 해외에서도 발전기 가동을 중단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된 최신 외국산 발전기는 안보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외 기관으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해킹 공격이 들어오거나 고장 등 유지 보수 문제가 발생해 해상풍력 설비가 멈출 경우 전력망 전반에 손실을 끼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옮기는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국내 해저 지형 정보 등이 적대 국가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상풍력 사업은 규모가 크고 아직 핵심 기자재의 국내 기술력이 강국에 미치지 못해 상당 부분 해외 기업과 함께 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도 “안보 위협이 우려되는 사업자나 제품의 국내 진출은 이번 조치를 통해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업체와 협력하는 해외 기업을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0월 시행하는 올해 입찰부터 국내 발전공기업과 공동 투자하는 사업자 등에 가점을 주거나 평가 때 우대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부턴 공공 지분이 70% 이상인 국내 사업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입찰 시장도 신설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라고 해도 국내에 공장을 두고 생산한 제품을 활용하거나 국내 기업과 사업을 함께한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의 과도한 해외 잠식을 막으면서도 전력 생산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경쟁 입찰 시기를 4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필요시엔 4분기에 추가 공고를 한다. 올해는 10월 공고가 나온다.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 1.5~2GW를 시작으로 2025년 3~3.5GW, 2026년 상반기 2~3GW 규모의 해상풍력을 공고할 예정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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