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가 먼저"…尹·李 2차회담 고개저은 용산

입력 2024-08-08 18:14   수정 2024-08-09 01:34

대통령실이 더불어민주당의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하기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영수회담보다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8일 말했다.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국회가 제자리를 잡은 이후에야 영수회담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는 일부 참모를 중심으로 영수회담에 대해 “필요성이 있다”는 반응이 지난 7일까지 나온 것과 대비된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긍정론이 힘을 얻으며 이르면 이달 말 영수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두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원 특검법을 민주당이 다시 발의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날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앞서 폐기된 특검 법안과 비교해 특검의 권한과 수사 대상, 범위가 확대됐다. 수사 대상에는 김건희 여사까지 포함됐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를 김 여사에게 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특검 기간도 연장했다. 기존 법안과 달리 20일간의 수사 준비 기간을 별도로 둘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이 기간에도 특검은 필요에 따라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 사실상 특검의 수사 기간이 20일 더 늘어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법안을 낸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특검법 발의에 대해 “탄핵 또는 특검 관련 법안, 위헌적 요소가 큰 법률을 일방 강행 처리하거나 발의하는 와중에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하는 것은 진정성이 있는 제안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서로 신뢰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와 관련해 “국정 운영에 절대적인 책임과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함께해야 의미가 있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참여를 요구했다.

도병욱/배성수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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