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의 한 칼럼니스트는 일본의 금리 인상이 부른 글로벌 증시 폭락을 다룬 최근 칼럼에서 “경기 침체를 판단하는 데 ‘삼의 법칙’보다 BOJ가 불필요하게 금리를 올리는 타이밍을 기준 삼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2007년 금리 인상 뒤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BOJ의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론 부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지난 3월 BOJ가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탈출을 선언할 때만 해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난주 2차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뇌관을 건드려서다.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빅테크 주식부터 부동산, 신흥국 통화까지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는 5000억달러에서 최대 수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막대한 자금이 일본의 금리와 엔화 가치가 오르자 서둘러 청산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필요하다면 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압박에 금리 인상을 너무 서둘렀다는 눈총을 받은 BOJ는 불과 1주일 만에 “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며 총재 대신 부총재(우치다 신이치)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우왕좌왕하는 BOJ의 모습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더 키우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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