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8일 '전국민 25만원 지원금'(민생회복지원금)의 절반을 인공지능(AI) 개발에 투자하는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전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AI 기술이 뛰어나지만 한국이 잘 인식하지 못해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추진에 대해서는 공감의 뜻을 드러냈다.
유 후보자는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AI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시급하다"고 답했다. 그는 "AI 발전은 국가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민관이 공동체로 일을 풀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민간이 올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진흥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자는 핵심 기술 136개가 중국에 추월당했단 보고서와 관련해 "중국은 인공지능(AI) 부문에서 일본과 유럽보다 앞섰다"며 "수십 년 동안 2만명 이상을 국비로 뽑아서 미국에 보내 교육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으로선 위기인데 일반 국민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후보자가 된 이후 3주 동안 들여다보면서 위기 의식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과정에 긴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와 관련해 "AI라든가 첨단 바이오 같은 시급성을 요구하는 문제에는 예전과 같은 예타 형식은 맞지 않는다"며 "예타 방식의 단점이 해소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유 후보자는 챗GPT 등 생성형 AI를 써본 경험이 있는가에 대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써 보고 싶은데 아직 못 쓰고 있어 송구하다"며 "사용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과학기술원 교수들의 평균 임금이 1억 3000만~1억4000만원인데 삼성전자 임원은 7억2000만원, SK하이닉스는 5억6000만원"이라고 지적하자 유 후보자는 "이공계 졸업생들은 처우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교수가 되기를 꺼린다"며 "처우가 중요한 만큼 교수 연봉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자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선 "들어와서 들여다보니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은 저라도 했겠다고 생각한다"며 "R&D 예산은 개인적으로는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을 혁신해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고, 우리나라를 선진국 대열로 이끌어 온 과학기술인들의 헌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단통법 폐지로 선택약정 할인율 25%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단통법을 폐지함으로써 올 수 있는 혼란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여러가지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많은 혼란을 동반할 수 있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법 안에서 다각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둘째도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을 가 바로 중학교로 가는 바람에 한국에서 초등학교 졸업을 못했다"며 "한국 들어와 적응 문제가 있어 전학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 문제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아실 것"이라며 "장남과 차남을 좋은 학교에 보낸단 목적은 아니었고 단지 환경을 바꿔야 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위장전입에 대해 장관 후보자 낙마 사유로도 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거기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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