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불안에 떤 입주민들의 긴박했던 상황이 119 신고 전화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은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인천 전기차 화재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에서 첫 신고가 접수됐다.
최초 신고자는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너무 크게 났다"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인천소방본부 상황실 근무자는 "혹시 전기차냐"고 물었다가 "맞다"는 답변을 듣자 "사람들 좀 대피시켜 달라"고 한 뒤 출동 지령을 내렸다.
첫 신고 후 당일 오전 9시 29분까지 3시간여 동안 인천소방본부 상황실에 걸려 온 전화는 모두 220건. 지하 주차장에서 큰불이 난 뒤 검은 연기가 아파트 고층까지 퍼졌고, 출근 준비로 분주한 평일 오전에 입주민들은 집 안에서 불안에 떨었다.
한 입주민은 119에 전화를 걸어 "폐 수술한 환자가 있는데 연기가 자꾸 집에 찬다"며 "빨리 좀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13층에 사는 또 다른 입주민은 "젖은 수건으로 (출입문을) 막아놨는데도 지금 집으로 연기가 들어오고 있다. 아이 둘과 함께 있는데 현관문이 까맣게 다 그을렸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하 주차장 내부에서 차량 140여대가 타거나 그을릴 정도로 불이 크게 번진 탓에 메케한 냄새도 아파트 20층 이상까지 올라왔다. 28층 입주민은 "아이들 2명과 함께 있는데 냄새가 올라오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입주민도 "23층에 아기랑 셋이 있는데 지금 화재경보기가 너무 울린다. 불도 다 꺼지고 엘리베이터도 못 타는데 연기가 계단에 자욱하다"고 신고했다.
화재 당일 새벽 일찍 출근한 가장은 집에 남겨진 아내와 아기가 걱정돼 119에 전화를 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소방대원은 아내 휴대폰 번호를 넘겨받은 뒤 직접 전화해 대피 안내했다. 이외에도 자녀들만 집에 남겨둔 한 부모도 119에 전화해 "불이 집까지 번지는 건 아니겠죠"라고 확인했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 진화 상황을 알지 못해 집 밖으로 대피해야 할지, 계속 집 안에 머무는 게 안전한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상황도 신고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 임신부는 "방금 소방관 아저씨가 벨을 눌렀는데 문을 못 열어드렸다"며 "지금 대피해야 하는 상황인 거냐"고 물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대규모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 화재 당시 지하 주차장에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컸으며 핵심 밸브가 임의로 조작된 정황도 확인됐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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