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사들이 잇달아 수난을 겪고 있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아티스트 리스크 외에도 매니지먼트 및 위기관리 능력까지 시험대에 오르며 일부 기획사들이 고전을 치르고 있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182360)는 전소연의 재계약 관련 '폭탄 발언'에 휘청였다. 전소연이 콘서트 무대 도중 "11월 계약 종료. 누가 날 막아", "XX 눈치 따위 봐야 하나"라고 발언한 게 재계약 불발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지며 주주들의 우려를 샀다. 불안감 속에서 일주일 새 큐브 주가는 5.8% 떨어졌다.
비스트(현 하이라이트), 비투비, 포미닛 등을 배출하며 굴지의 K팝 대표 기획사로 명성을 떨치던 과거와 달리 현재 큐브엔터테인먼트의 라인업은 단출하다. 비투비 멤버 전원을 비롯해 CLC, 펜타곤 멤버 대다수가 회사를 떠나며 (여자)아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495억원, 영업익이 같은 기간 510% 증가한 57억원을 기록했는데, 슈퍼 IP(지식재산권)인 (여자)아이들의 영향이 주효했다. (여자)아이들의 정규 2집이 일주일 동안 판매량 154만장을 달성하면서 음반 매출 비중이 크게 뛴 덕이었다.
하지만 수년 째 (여자)아이들의 후배 그룹을 성공시키지 못하면서 재계약 이슈를 고스란히 리스크로 떠안게 됐다. 이번 전소연 사태로 부실한 기초체력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여자)아이들은 전소연과 작곡가 팝타임을 주축으로 음악을 자체 제작해 활동하는 그룹이다. '톰보이', '누드', '퀸카',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등이 연이어 히트한 반면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직접 프로듀싱하고 있는 후배 라잇썸, 나우어데이즈 등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돌 재계약 시에는 막대한 규모의 계약금이 투입되고, 조건도 첫 계약 때와 달리 아티스트에게 유리한 쪽으로 조정되며 개인 활동 비중 또한 높아진다. 그런데도 판매력이 보장된 슈퍼 IP는 회사의 안정적인 자산으로써 신인 개발, 신사업 개척 등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런 이유에서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등 핵심 아티스트들과 일찌감치 조기 재계약을 체결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블랙핑크 멤버들과의 그룹 활동 계약을 끌어내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하지만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전소연과의 계약 기간이 3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도 재계약에 대한 마무리를 짓지 못해 위태로운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전소연의 발언이 돌발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되려 전소연에게 "리허설도 모두 앞에서 수십 번은 보여가며 함께 만들어간 무대"라는 반격을 당했고, "대응에 대한 회사의 미흡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는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3일 열린 이사회에서 165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과 1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전환사채로 조달한 금액은 공연과 음반 제작 및 신인 아티스트 투자 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유상증자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이라고 공시했다. 신인 그룹의 성공을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회사의 엔터업 유지를 위해서도 (여자)아이들과의 재계약 성사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악재를 맞은 곳은 하이브(352820)다. 하이브 주가는 지난 9일 전일 대비 6.31%(1만1600원) 하락한 17만2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의 구원투수'로 그룹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재개했으나 멤버 슈가가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켜 발목이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전동 스쿠터를 킥보드로 표현하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며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슈가가 사회복무요원 대체 복무 중인 시기라는 점에서 '괘씸죄'가 추가됐다. 다른 멤버들이 현역으로 복무 중인 상황이라 팬덤 분열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초기 입장문에 '피해를 입으신 분 또는 파손된 시설은 없었지만'이라는 설명을 넣은 점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여기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아프리카TV BJ 과즙세연과 미국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되며 잇단 구설에 올랐다. 만남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 하이브가 자사 레이블과 갈등을 겪으며 경영 구조적 측면에서 개선과 변화의 시점을 맞은 중차대한 시기라는 점에서 팬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하이브는 공정위에 제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허위나 누락이 있는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정 자료는 동일인(총수)이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 계열사와 친족·임원 현황 등의 자료로, 동일인은 방 의장이다.
실적에 대한 부담도 큰 상황이다. 아티스트 매출은 견고하지만, 신사업 확대 영향으로 수익성이 위축됐다. 하이브는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405억원을 달성, 작년 동기 대비 3.1% 증가하며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새로 썼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5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7.4% 감소했고, 순이익은 165억원으로 85.9%나 줄었다.
4월 2일 서비스를 개시한 퍼블리싱 게임 '별이되어라2: 베다의기사들'의 초기 마케팅 비용, 6월 크리에이터 팬덤 플랫폼 '디어스'를 오픈한 바이너리코리아, 인공지능 기반의 실시간 목소리 변환 서비스 '시프트'를 출시한 수퍼톤, 하이브 라틴법인 등 신규 사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운영비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이브는 설명했다.
매출 증대는 아티스트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올해 2분기에 음반원을 포함한 직접 참여형 사업 부문에서 4239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특히 음반원 매출액은 2분기 24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했다. 상반기 하이브 뮤직그룹 아티스트들의 앨범은 국내 앨범 판매량 전체 34%에 달하는 총 1500만장 이상이 판매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 아티스트가 벌어온 돈을 게임으로 까먹는다"는 일부 K팝 팬들의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는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하이브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올해도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연이어 갈등 구도를 보이고 있다. 난타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계속해 이미지가 훼손되는데, 대중의 평가로 활동을 이어 나가는 아이돌 소속사라는 점에서 반드시 회복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엔터는 회사의 성장만큼 중요한 게 이미지"라면서 "업의 본질인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팬덤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하이브는 최근 레이블·솔루션·플랫폼으로 구성했던 3대 사업영역을 음악·플랫폼·테크 기반 미래 성장 사업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전략 '하이브 2.0'을 공개했다. 플랫폼 사업과 테크 사업 영역의 확장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상 하이브 신임 CEO는 "국내 및 글로벌 음악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플랫폼 사업을 통해 변화하는 슈퍼팬 시장에서 선두의 위치를 공고히 하며, 테크 기반 미래 성장사업을 통해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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